"3차 회담 성사시키려면 北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 약속해야 할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 없이 자리를 떠난 것은 대북 협상에서 미국에 더 유리한 여건을 만들었다고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윌리엄 매건 WSJ 편집위원은 이날 올린 칼럼에서 편협한 시각에서는 합의 결렬이 회담 ‘실패’로 비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스럽지 않은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한 걸음 진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나쁜 협상’ 보다는 ‘노 딜’이 낫다는 매건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없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옴으로써 미국의 대북 협상팀을 더 확고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긴 어려워졌다는 점이 그 한 예다.
매건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인상도 남겼으며, 물론 외교적 수단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긴 하나 이번 회담서 트럼프 협상팀은 여러모로 이득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비밀 핵 개발 장소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을 때 북한이 “놀라는 모습을 봤다”고 했는데, 미국이 (북한서 일어나는) 현실에 대해 알아낼 수단들을 갖고 있으며 북한이 거짓말을 못 하도록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북한이 깨닫게 된 점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의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은 긍정적 결과였다고 하기 어려우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북한의 핵 위협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방법이 있을지 살펴보려 했다는 점에서는 옳은 일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과거 협상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힘과 회의론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