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해체 대신 대북제재 완전 해제 요구…美 거부
"정상들이 부딪쳐 최종문제 재확인…상호 이해 증진됐다"
[하노이=뉴스핌] 특별취재단 = 28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평가하기 위해 모인 4인의 전문가는 모두 이번 회담으로 대화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제재의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하고 미국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회담이 결렬됐으나, 서로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자리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다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리를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다니엘 데이비스 "긴 맥락 속에서 봐야"
다니엘 데이비스(Daniel Davis) 미국 디펜스 프라이오러티(Defense Priority) 수석연구원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과제' 대담에서 "이번 회담을 정점이 이른 대표적 사건이라고 볼 게 아니라 긴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수석연구원은 "합의에 가까이 가기는 갔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준비가 된 합의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면서 "부분별로는 합의할 만한 것도 있었을 텐데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어서 합의가 안됐다면, 다음에는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대가가 커야할 것"이라면서 "제재가 고통스러울수록 김 위원장은 협상에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상에서 상대방이 안된다라고 말할 걸 알면서도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측도 그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굉장히 큰 것을 요구하고 다음에는 실제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것은 협상의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로이터=뉴스핌] 권지언 기자 = 28일(현지시각) 산책을 마치고 실내 환담을 위해 이동 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을 미소를 띤 채 바라보고 있다. 2019.02.28 |
◆ 백학순 "최종 문제 재확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진전된 비핵화 조치, 북한은 제재 철폐를 요구했는데 주고 받기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제재 해제를 북한이 원하는 수준만큼 해주지 못하면서 북한이 향유할 경제발전의 비전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그에 김정은이 크게 설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차회담을 하지 않고 좀 더 시간을 두고 협상을 했다면 그 때 좀 더 합의를 이룰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합의문을 만들어내지 못했더라도 정상들이 부딪쳐 최종 문제를 재확인했고 지금부터의 협상은 오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그 바탕 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사후적으로 든다"고 말했다.
◆ 김광길 "상호 이해 증진돼"
북한법 전문가인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길 바랬던 많은 분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관련 분들의 실망이 클거라고 생각해 가슴이 아프다"고 운을 뗐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북이 비핵화 의사 있었는데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요구해서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북 입장에서는 제재는 부당한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위안을 갖는 부분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는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회담을 했고, 하노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서로 모든 요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상호 이해가 증진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로이터] |
◆ 고유환 "美 역풍 우려했을수도"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고 했는데, 이번 회담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실상의 결렬 형태로 도출 못하고 연기됐다"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그동안 잘 끌고 올 때는 정상들의 톱다운 신뢰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 결정과 합의의 진전이 이뤄졌는데, 이번에 한계가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합의문의 서명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미국 국내 정치적 변수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미국 국내에서 몰리는 상황에서 제재 일부 완화를 포함하는 합의를 했을 때 역풍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판은 깰 수 없다. 정치적 결단에 의해 나온 것이고 정치적 리더십이 걸린 문제"라면서 "앞으로 협상을 통해 비핵화 이행 로드맵의 합의가 이뤄지고 점차적으로 나아가겠다는 희망의 여지를 열어두고 지켜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