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재원없이 복지만 늘려" 쓴소리
세금 내는 성실한 국민 허탈감 클 것
정책목표 흐릿, 표 위한 포퓰리즘 비판
[편집자주] 서울시의 '청년복지' 실험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서울시가 청년기본소득(조건없는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실험'을 검토하고있다는 소식에 따른 것입니다. 약 3년전 서울시가 ‘청년수당’ 제도를 도입할 때만큼이나 찬반논쟁이 치열합니다. 이에 뉴스핌은 이번 논쟁을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이번 ‘정책실험’을 설계한 민간연구소 '랩2050'이 제안한 신(新)청년수당의 실체와 배경을 소개합니다. 이어 청년수당의 국내외 사례를 분석하고 비교한 뒤 전문가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목차>
①서울시 논란 불지핀 '무작위 청년수당'
②서울시 청년수당 2016년→2019년 논란 '2R'
③'박원순 VS 이재명' 청년수당 비교해보니
④복지실험인가 포퓰리즘인가…외국은
⑤찬성입장 "경제적·사회적 지속 가능성 확보"
⑥반대입장 "중남미식 포퓰리즘에 불가"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 ‘복지실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찬성측에서는 청년복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반대쪽은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큰,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높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교 교수는 4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정책목표가 없는 의도가 보이는 시도”라고 잘라 말했다.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서울시 청년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건 표를 위한 ‘포퓰리즘’으로 재정파탄이라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병태 KAIST 교수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 교수는 “서울시의 현 청년수당과 새로운 시도 모두 일종의 보편적 복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조세를 전제로 한다"며 "부자는 물론, 소득이 적은 사람도 충분한 세금을 내야지만 모든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북유럽 복지모델은 과도할 정도에 조세정책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복지를 조건없이 제공하기에는 세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다시 말해 일부 계층이 낸 세금으로 특정 계층이 혜택을 본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을 최대한 선별하고 꼭 필요한 이들에게만 제공해야 하는데 오히려 늘린다는 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부담을 키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청년세대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취업을 못하고 있거나 취업을 해도 열악한 조건 때문에 금방 그만둔 청년 ‘실업자’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게 맞다. 그리고 이미 그런 복지제도는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교수는 “청년 세대의 ‘의존성’을 높이는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두렵다. 또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노는 청년들이 지원을 받는다'는 허탈감도'이 커질 것”이라며 “결국 이 의존성과 허탈감의 충돌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서울시의 복지실험은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부담과 저항심을 키우고, 일부 청년들에게 ‘일하지 않아도 지원(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존성을 키우며, 복지확대에 따른 부담 증가로 지자체 재정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복지는 일을 하기 힘들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허상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복지실험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일 안하고 남이 일하는 것(세금)을 받아서 먹고 산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청년복지 확대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행위라고 본다. 복지라는 미명하에 지원만 늘리면 결국 나라가 망한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