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삼성 SK 이어 현대차그룹 수사
문무일, ‘적폐수사’에 밀린 민생수사 거듭 강조
오는 7월 임기 종료 앞두고 수사 성패에 주목
법조계, “문무일 존재감 약해..민생수사 주도해야”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취임 초기부터 민생수사를 강조해온 문무일 검찰총장이 오는 7월 임기 종료를 앞둔 가운데, 삼성·SK·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 1~3위 그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인 문 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등 이른 바 ‘적폐수사’에서 성과를 냈으나, 민생수사는 이에 밀려 소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5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품질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2017년 4월 시민단체 YMCA자동차안전센터가 정몽구 회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고발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현대·기아차 대표 차종에 탑재된 세타2 엔진과 에어백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타2 엔진이 적용된 자동차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판매됐다. 2015년 미국에서 쏘나타 47만대 리콜을 시작으로 총 170만대 리콜한 반면, 국내서는 2017년 4월이 돼서야 리콜에 들어갔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고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와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약 4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단, 검찰에 고발한 건이다.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삼성바이오지분을 43% 보유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 사건 및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의심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2018.05.18 yooksa@newspim.com |
그런가 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도 최근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하청업체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SK그룹 계열사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됐다는 자료를 받고 재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유해 물질은 SK케미칼이 개발하고, 애경산업이 유해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는 게 이 사건 피해자 측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문 총장 임기가 다가오는 만큼, 이 같은 민생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총장의 성공과 실패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 중견 법조인은 “문 총장은 민주당과 청와대에서 불거진 수사를 하달받는 방식의 수사를 해온 면이 있어 존재감이 약했다”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민생수사에 소흘했고, 민생수사 사건이 많이 밀리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총장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민생수사를 통해 수사에 속도를 내야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대기업 외에 정치자금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 KT 황창규 회장, 최근 성관계 동영상과 마약 유통 등으로 경찰 수사 중인 ‘버닝썬 클럽’ 등이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취임한 문 총장은 현대기아차 압수수색 하루 전인 지난 19일 대검찰청 간부회의 자리에서 “그동안 불가피하게 지연됐던 서민생활 침해 범죄에 대한 수사 등 검찰 본연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겠다”며 민생수사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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