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신의칙’ 주장 안 받아들여…“경영상 위기 없다”
중식대·일부 수당 인정 않으면서 지급액은 1억원 감액
노조 “당연한 판결…기아차, 통상임금 지급 미루지 말아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기아자동차가 1조원대 통상임금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청구로 기아차에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노조측에 3125억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당기순이익·매출액·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추어볼 때 통상임금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진=현대차] |
다만 1심과 달리 중식대와 특근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급액 원금은 1억여원 정도 줄어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중식대는 소정근로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특근수당 역시 정확한 연장근로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이므로 새로 정산하는 휴일근로수당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판단을 새롭게 했다.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가모 씨 등은 지난 2011년 사측에 “연 700%에 달하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8월 “상여금 및 중식대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1심 역시 ‘일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으로 판단하지 않으면서 당초 근로자들이 청구한 1조926억원(원금 6588억원+이자 4338억원) 중 약 4223억원(원금 3126억원+지연이자 1097억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기아차 근로자 13명이 낸 통상임금 항소심도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끝난 뒤 강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장은 “(노조 승소는) 당연한 결과이고 사측도 통상임금 지급을 회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노사가 논의하는 상여금 통상임금특별위원회에서 조기에 원만하게 타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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