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열 시초' 논란 해결방향 주목
정부 "불법감청 아니다"...‘과도한 규제’ 비판 거세
전문가들 “공론화부터 했어야” 지적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빅 브러더의 현실화(?)'인가. 음란물 등 불법사이트에 대한 새 방식의 차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https 보안접속’까지 정부가 차단하고 나선 데 “인터넷 검열의 시초”라며 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참여자가 18일 오후 24만명에 육박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답변 기준을 20만명으로 두고 있어 조만간 정부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청원의 마감일은 내달 13일이다. 그간, 관할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해외 불법사이트 차단 논란에 대해 “통신ㆍ데이터 감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 논란의 핵심 ‘SNI 차단방식’ 뭔가
새롭게 적용된 불법사이트 차단기술은 기존의 DNS(Domain Name System) 차단 방식보다 훨씬 발전한 ‘SNI(Server Name Indication·서버 이름 표시) 필드 차단’ 방식이다. 그간 ‘https 보안접속’을 활용하는 해외 불법사이트에 대해서는 기존 IP나 DNS 차단방식으로는 불법정보 삭제와 접속차단이 불가능했다. http의 보안 기능을 강화한 ‘https(HyperText Transfer Protocol over Secure Socket Layer)’ 접속은 전송되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송수신하는 프로토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https 해외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암호화하지 않는 영역, 이른바 ‘SNI 필드’가 있다는 것이며, 이를 살펴 보고 불법사이트로 판정났으면 차단한다는 게 정부가 새로 도입한 ‘SNI 차단’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불법정보 차단목록(예시 sex.com)과 SNI 필드의 서버 네임(sex.com)이 일치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차단 시스템에서 이용자의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SNI 차단방식 [자료=방송통신위원회] |
◆ 정부 논리 타당한가..일각서 “인터넷 검열의 시초” 우려
따라서, 암호화하지 않고 공개돼 있는 SNI 필드영역을 활용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은 암호화한 통신내용을 열람 가능상태로 전환하는 감청과는 무관하다는 게 방통위의 일관된 입장이다. 또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서 ‘19금(禁) 등급’을 부여받는 등 합법적인 성인영상물에 대한 접근까지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여야 추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방심위가 불법정보로 심의·의결한 내용에 대해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암호화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돼 있는 SNI 필드 영역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려는 통신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방통위는 지적한다.
하지만 SNI 차단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감청 행위이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국민청원 참여자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청원인은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에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서 자기의 입맞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현재 https 차단도 VPN프로그램이나 ESNI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통해 우회가 가능하다”며 “차단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대응 방법 또한 생겨날 것이며 중국의 인터넷 검열의 과정을 똑같이 밟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 전문가들 “빅 브러더”, “공론화 부족” 지적...향후 해결방향 관심
전문가들은 ‘통신감청 무관’ 으로 일관하는 방통위 입장에 대해 국가주도의 ‘일방통행식 검열’로 나아갈 소지가 있다는 데 우려한다. 국민이 알아서 조심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정부가 앞서가서 미리 막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 12시 통행금지’처럼 국민의 자유를 너무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사전에 볼 수 없는 것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막으니 일종의 ‘빅 브러더’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민감한 인터넷 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서둘렀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https 차단 논란에 대해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처럼 정답이 딱히 있을 순 없다. (하지만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양쪽 의견을 다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에서도 하는 것은 인터넷에 강제적으로 어떤 걸 규제하려하기보다는 자정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자정문화에 기대기보다는 정부의 관여가 좀 빠른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13일 제7차 위원회 회의에서 “SNI필드 차단 방식은 해당 사이트 전체가 아니고 여러 서비스할 때 불법 서비스만 차단하는 것으로, 서버 단위 차단이라고 보면 된다”며 “명백히 불법(사생활 침해 영상물, 도박, 웹툰 저작권 침해 등)으로 방심위 결정이 내려진 것만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