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소원’(2013)부터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2014), ‘더 폰’(2015), ‘미씽:사라진 여자’(2016)까지. 최근 몇 년간 무겁고 어두운 작품으로 극장가를 지켰던 배우 엄지원(42)이 모처럼 가벼운 얼굴로 돌아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기묘한 가족’을 통해서다.
신예 이민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기묘한 가족’은 좀비를 코미디에 버무린 작품이다.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렸다.
“원래 좀비물을 좋아해요. 특유의 긴장감도 흥미롭고 배우가 그런 동작을 구현하는 것도 신기하죠. 물론 ‘기묘한 가족’은 기존 좀비물과 결이 완전 달라요. 귀엽고 엉뚱하죠. 아마 전형적인 좀비물이었다면 안했을 거예요. ‘워킹데드’ 시리즈나 ‘웜 바디스’ ‘부산행’ 등 이미 완성도 높은 좀비물을 본 관객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우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엉뚱한 이야기는 좀 그리웠어요. 최근에 감정을 많이 쓰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소모된 느낌이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너무 좋았죠.”
극중 엄지원이 열연한 인물은 주유소집 맏며느리 남주다. 타고난 생활력으로 집안을 호령하는 주유소집 리더이자 경제권을 쥐고 있는 실세. 말 한마디로 뼈를 때리는 냉소적인 면모가 매력이다.
“상황이 센 거지 과격한 인물은 아니라고 봤어요. 그저 무뚝뚝하고 말이 별로 없죠. 저는 연기할 때 제 안의 수많은 모습 중 하나를 찾아 극대화해요. 다만 남주와 닮은 모습은 제게 아주 조금 있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그걸 극대화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어요. 습관에서도 공통점을 찾아서 과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팔자걸음 같은 경우가 그래요. 제 평소 버릇인데(웃음) 임산부 설정이라 잘 맞을 듯했죠. 그렇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외적인 변화도 많이 줬다. 뽀얀 피부를 일부러 검게 그을리는가 하면, 생전 본 적 없는 파마 가발도 썼다. 여배우라면 꺼릴 법도 한데 오히려 그는 “망설임은 없었다. 망가진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웃었다.
“오히려 재밌었죠. 처음 감독님은 ‘소원’ 속 느낌을 추천해줬어요. 근데 저로서는 한 거 말고 이왕이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소원’ 때는 살도 찌우고 노메이크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피부를 그을리고 기미를 그려 넣었어요. 관건은 머리였죠. 온갖 머리를 다 해봤어요. 심지어 유명하다는 여의도 가발가게도 직접 가봤죠(웃음). 의상은 언제나처럼 집에 있는 거, 산 거, 빌린 거를 가져가서 의상팀에서 준비한 것과 섞어서 입었어요.”
엄지원은 요즘 영화 홍보 외에도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현재 이유리, 이종혁 등과 MBC 수목드라마 ‘봄이 오나 봄’에 출연 중이다.
“바디체인지물로 저랑 (이)유리가 각각 1인2역을 해요. 처음에는 감정이 빨리 전환되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죠.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니까 찍고 나면 기가 다 빠지는 기분이었어요. 근데 확실히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으니 좋더라고요. 또 상대방이 해석한 연기가 다르니까 그걸 나누는 과정이 재밌죠.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요. 안그래도 얼마 전에 유리랑 ‘이거 끝나면 우리 연기 좀 늘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했죠(웃음).”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선배들이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해도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연기라는 게 나의 한계치를 알면서도 그걸 깨부수는 작업을 계속하는 거잖아요. 근데 깨부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 싶기도 하고 함께한 스태프들에게도 미안하죠. 물론 연기를 해서 또 감사한 순간도 많아요. 특히 꽤 오래 해왔지만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한다는 게 그렇죠. 요즘에는 연기 말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 중이에요. 작년부터 기획하고 있는데 곧 알게 되실 거예요(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