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 “사측이 노동권 인정안해”
20일 노동쟁의 시작, 3월말 ICT 연대투쟁
협정근로자 시각차 여전, 갈등 확대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네이버 노동조합(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이 오는 20일 첫 번째 노동쟁의를 시작한다. 3월말에는 정보통신업계(ICT) 노동조합과 연대하는 대규모 투쟁도 추진한다. 네이버에서 시작된 ICT 노조 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네이버노조는 11일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월 20일 첫 쟁의행위에 돌입하고 3월말경 ICT 업계 및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 노조 산하 노동조합들과 대규모 연대투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동조합(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 첫 번째 노동쟁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정광연 기자]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임에도 이해진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사측이 중앙노동위 조정안을 거부하며 노조가 정당하게 확보한 쟁의권으로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일 시작될 노동쟁의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주 조합원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피켓팅, 집회, 시위, 천막농성 등 모든 종류의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네이버노조는 그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파업 여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오 지회장은 “처음부터 파업을 시작하는 노조는 없다. 대화하고 소통하겠지만 사측이 지금처럼 대화를 거부한다면 파업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사측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파업 등 네이버 노사 갈등의 핵심 원인인 협정근로자 지정에 대해서는 사측과 노조의 주장이 여젼히 엇갈린다. 협정근로자는 조합원 중 파업 등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네이버 사측은 이 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중노위 조정안을 거부한바 있다.
사측은 협상 도중 노조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협정근로자 지정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협정근로자를 빌미로 파업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네이버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의 신환섭 위원장은 “사측이 요구하는 협정근로자 지정 수준은 직원의 80% 이상으로 사실상 노동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20년전에 머물러 있는 네이버 경영진의 노동권 인식 수준이 노사 갈등의 원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회사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 시각 차이가 적지 않다.
노조는 네이버 자회사 모두를 대표해 통합교섭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의 반대로 개별 법인 교섭을 진행중이다. 네이버를 비롯해 NBP, 컴파트너스, 라인플러스, NIT, NTS 등 6개 법인에 대한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중 네이버, 컴파트너스, NBP 등 3개 법인에 대한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특히 네이버가 100% 지분을 보유한 손자회사 컴파트너스의 경우 네이버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근무환경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경식 컴파트너스 부지회장은 “계약서상 출근시간 이외 근무를 강요하는 건 물론 초과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최소한의 권리에 대해서는 사측은 대답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노동쟁의를 예고한 네이버노조가 3월말 ICT 연대투쟁까지 나설 경우 파장은 업계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노조가 없었던 ICT 업계에서는 최근 네이버를 시작으로 넥슨, 스마일게이트, 안랩 등 주요 기업들에 노조가 설립된바 있어 이들의 연대투쟁이 시작되면 업계 전체의 파장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사측 관계자는 “노조측 입장은 우리도 오늘 처음 들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추가 입장이 필요하다면 그때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