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양승태 대법관 판결
검찰 고위 간부의 수사 정보 전달 ‘공무상비밀누설’
내사 중도 종결 지시도 ‘직권남용’..줄줄이 유죄
2000년 12월 OO그룹 부회장 선처 부탁에 정보 흘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기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 검찰의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한 판결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스스로도 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어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7개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재판개입 시도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법원 예산 유용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등을 최종 승인하거나 지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의 공무상비밀누설죄 판례는 반드시 비밀로 규정한 사항은 물론 외부로 알려져 국민 피해가 있을 경우에 유죄로 판결하는가 하면, 직무상 비밀이라는 증거가 없으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16. 9. 6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인 2007년 6월 14일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상고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검찰 등에 유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당시 모 그룹 부회장은 2000년 12월 “그룹에 대한 무역금융사기 건 검찰 수사 관련해서 구속되지 않고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피고 A씨에게 부탁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피고 B씨에게 전달했고, B씨는 대검찰청 차장검사실에 전화했다.
이후 B씨는 당시 서울지검 외사부 부장검사에게 전화해 사건 내용을 물었고, 부장검사로부터 “주임검사의 생각에 크게 엄벌할 정도의 중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B씨는 해당 내용을 A씨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서울지검 외사부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태에서 수사책임자인 부장검사와 주임검사가 위 무역금융사기 건이 엄벌할 정도의 중한 사안이 아니라는 잠정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내부 상황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전달한 행위는 형법 제127조에 정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아울러 검찰 고위 간부가 내사 담당 검사로 하여금 내사를 중도에서 그만두고, 종결처리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내사 진행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언급했다면 그 언급만으로도 내사 담당자로서는 현실적으로 더 이상 추가적인 내사진행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죄를 확정했다.
이 판결은 양 전 대법관과 함께 김지형 재판장, 고현철 주심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이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했다. 당시 14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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