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지주-산업은행 지분 공동소유..."사업부문 컨트롤러 역할"
"방산부문 시너지 기대"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하며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이 예고된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사업법인을 거느리는 지배구조 방식을 택했다. 중간지주회사는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지분을 소유할 계획이다.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
31일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중간지주회사인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통합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한다고 밝혔다. 조선통합법인은 상장사로 남고, 사업법인으로 분리한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사가 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 밑에 중간지주회사인 조선통합법인을 두고 그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4개 법인을 거느리게 된다.
산업은행은 조선합작법인에 대우조선주식을 출자하고, 그 대가로 조선합작법인은 우선주 1조2500억원과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조선합작법인은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이 공동 소유하게 된다. 조선합작법인의 지분 약 28%는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하고 산업은행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원 상당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현대중공업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날 실적컨퍼런스콜에서 "중간지주사가 만들어지게 되면 일반 지주사 형태가 아니라 사업지주로 발돋움해 통합 시너지를 발휘하고, 사업 효율화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조선해양 부분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에 나선 이유는 현 시점이 국내 조선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최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1999년 대우조선해양 기업개선작업을 시작한 이후 2008년 한화그룹에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인수자금 문제로 불발된 후 10년 넘게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표류해왔다.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민영화 작업이 재개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산업은행과 기본합의서 체결과 관련한 발표문을 통해 "주요 경쟁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에 있는 지금 더 이상 우리 조선 산업의 체질 개선이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조선업 재편 조선통합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LNG 선박 중심으로 신규 수주가 늘며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흐름 역시 민영화 작업에 불씨를 댕긴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조선사를 규모를 두 배로 키우기 보단 내실 있는 사업부를 챙기고 겹치는 사업부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조선업 초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워 규모의 경쟁력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조선사업 규모가 더 커지면 상대적으로 민첩하게 업황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워 업황 침체기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반면 경쟁사가 합쳐져 출혈 경쟁이 완화되고, 규모의 경제와 함께 유사한 부서의 통폐합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이전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어갔을 때 작고 단단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상선과 방산 쪽을 강조한 것"이라며 "방산 쪽은 건실하고, 매출 구조도 탄탄한 한편 적정 이익도 나오고 있어 양 사의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7조2636억원, 영업이익 86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단, 4분기 실적은 매출 7조4351억원, 영업손실 15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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