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판매 부진'·'고가정책 실패' 등이 원인
2019년 1분기 실적 전망도 하향 예상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애플의 2018년 4분기(2019 회계연도 1분기) 매출과 순이익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연말 성수기가 포함된 4분기에 동반 감소한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 감소 원인으로 지적된 아이폰 사업 부진과 중국 경기침체는 올해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날 2018년 4분기(2019 회계연도 1분기)에 843억1000만달러(약 94조34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과 WSJ에 따르면 애플의 4분기 매출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인 840억달러를 소폭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애플은 올해 초 4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의 890~930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50억달러나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애플의 가이던스 하향은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경기둔화를 근거로 매출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분기 이익은 199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당 순이익(EPS)은 4.18달러로 시장조사 기관인 팩트셋 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4.17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세부적으로 애플뮤직과 앱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108억8000만달러를 기록, 월가의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호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아이폰 매출은 전년 대비 15%나 감소한 519억달러로 추산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을 보유한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한 탓으로 보인다. 중국 내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하락한 13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팀 쿡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 원인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를 지적해왔다. 하지만 WSJ는 이 외에도 아이폰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놓는 라이벌 업체들의 성장으로 중국 시장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애플 매장 밖에 비친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애플의 고가 전략이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그 동안 주력 상품을 값비싼 가격에 내놓는 고가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에 최근 몇년 사이 아이폰 제품 가격을 50% 이상 올린 1000달러 선에서 판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고가 정책에 소비자들이 결국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XR을 출시하기도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요에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만 했다.
한편 애플은 이날 올해 3월 말로 종료되는 2019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550억~5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는 금융 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IBES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치(588억3000만달러)에 대체로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애플 CEO는 성명을 통해 "매출 가이던스를 놓친 것은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애플을 경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분기 실적은 우리 사업의 근본적인 힘이 깊고,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팀 쿡은 또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폰 판매량을 급감시켰던 무역갈등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무역갈등이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올해 1월 확실히 덜 나타나고 있다. 양국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애플은 시간외 거래에서 6% 급등한 163.5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록 같은해 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