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386억→192억 낮췄지만…은행권 "부담 여전"
기존 신한은행·우리은행과 수의계약 진행할 듯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김포·청주공항이 임대료를 처음 제시한 것보다 절반으로 깎았음에도 은행 영업점을 유치하지 못했다. 6번이나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돼 현재 공항에서 영업 중인 은행과 매달 계약을 연장해야할 처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전날 '김포·청주국제공항 은행 운영자'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유효경쟁 불발로 유찰됐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영업장, 환전소, 현금지급기를 운영할 은행을 찾지 못한 것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 25일까지 입찰을 진행했지만 은행 한 곳만 참여했다"며 "재입찰을 할지 기존 운영자인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협의할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에서 영업 중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사진=한국공항공사] |
입찰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약 조건을 변경하며 입찰을 진행했지만 은행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임대료를 1차 입찰보다 200억원 가까이 낮추고도 은행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공항공사는 1~2차 입찰에서 A권역 132억, B권역 135억, C권역 119억원으로 총 386억원의 최저 임대료를 제시했다. 3~4차 입찰에선 C권역을 A권역과 B권역으로 배분해 총 286억원으로 조건을 변경했다.
5~6차 입찰에서는 이보다 임대료를 더 낮췄다. A권역과 B권역 각각 96억원으로 제시해 1차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가격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임대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5년간 부가가치세를 더한 임대료 211억원에 야간·주말 인건비를 포함하면 운영 비용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임대료의 절반을 보증금으로 내야 하고, 영업 2년째부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대료가 올라가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매력은 사라진 현실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관문인 공항에 입점할 경우 국내 대표 은행이라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인천공항 외에는 이 같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포공항만 해도 지난해 국제노선 여객수가 429만명으로 인천공항의 1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항 영업점에선 환전이나 입출금 등 제한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두 적자라고 보면 된다"며 "그럼에도 외국인 고객들에게 은행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입점하는 것인데, 그런 효과가 크지 않다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공항 영업점은 기존 사업자들과 매달 계약을 연장하는 상황이다. 이달 추가 계약으로 영업을 이어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오는 2월까지 계약 연장을 논의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대료를 맞추지 못한다면 경쟁 입찰이 아닌 기존 입점 은행들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5년 뒤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