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부족, 단기 성과 집착 등 문제점 지적
중국 축구 국대 감독은 가장 어려운 직업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아시안컵 4강 진출 좌절후 중국 사회에 축구 위기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유소년 축구 양성도 부실해 10년 뒤엔 지금보다 더 못한 성적을 낼 것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국가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 경기에서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경기 후 “오늘은 선수들에게 고맙지 않다”며 사임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24일(현지시간) 중국 대표팀이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 경기에서 패한 뒤, 기자들이 리피 감독 앞에 몰려들고 있다. [사진=뉴스핌 신화사] |
인민일보 해외 SNS계정 샤커다오(俠客島)는 중국 축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자국 축구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먼저 샤커다오는 중국 축구의 고령화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아시안컵에 참가한 24개국 중에서 중국의 평균 연령은 28.7세로 가장 높고, 주장 정즈(鄭智)는 38세로 더 선수로 활약하기 어렵다. 최근 유소년 축구 육성을 강화하고 있으나 성과를 내려면 10년, 20년을 기다려도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선수들의 주력군이 1987~1985년생 사이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97년생 이후 선수 중 미래의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고 샤커다오는 지적했다. 지난해 U-23 국가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내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는 4~5명 뿐이다”라고 한탄했다.
2000년대 중국 축구스타였던 셰후이(謝暉)는 “2002년 이후 중국 축구는 발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유소년 축구 육성에 나서며 성장했으나 중국은 돈만 쏟아 붇고 체계적인 발전은 없었다는 것.
샤커다오 이미지 [캡쳐=바이두] |
반면 중국이 축구에 쏟아 붇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연봉 300억원이 넘는 리피 감독은 세계 감독 연봉 1, 2위를 다툰다. 아시아 축구선수 연봉 순위 1~5위까지가 모두 중국 선수들이다. 1위 장린펑(張琳芃, 광저우 헝다), 2위 가오린(郜林, 광저우 헝다)의 연봉은 9위 손흥민(약 56억원)의 2배에 달한다. 실력과 상관 없는 중국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예다.
지난 2017년 기준 중국 축구협회는 6억7000만위안(약 111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운영하며 축구 특성화고 확대, 유소년선수 육성 등을 강조했다. 국무원 발개위 등 당국도 매년 축구개혁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샤커다오는 그 동안 중국이 노력은 했으나 성과는 따라오지 않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기초 훈련부터 차근차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여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샤커다오는 지적했다. 리피 감독은 태국을 2-1로 이겼을 때만 해도 최고의 명장으로 칭송 받았으나, 이란에 0-3으로 패한 뒤 매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샤커다오는 최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교체된 것을 언급하면서 “중국 축구 감독은 증감회 주석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이라고 전했다. 수많은 ‘전문가’ 들이 훈수를 두는 데다, 실적이 조금만 안 좋아도 관중(투자자) 들이 가슴을 친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샤커다오는 “앞으로 10년 뒤 중국 축구 성적은 지금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면서도 “조급해 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력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