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석유 무기화하기엔 리스크 너무 크고 얻을 것 없어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을 본격화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휘두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석유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오히려 미국이 마두로를 옥죌 수 있는 카드로 뒤집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멕시코만 정유업체들은 여전히 원유 공급의 상당량을 베네수엘라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으로 일일 약 50만배럴(bpd)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투자회사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더프는 “베네수엘라 석유는 미국 디젤 생산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나면서 마두로가 석유를 외교적 무기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남미 담당 전문가로 활동했던 스콧 모델 라피단에너지 매니징디렉터는 “베네수엘라가 원유 수출로 얻는 현금의 75%는 미국에서 얻는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와 중국 등 주요 동맹국들에도 상당량의 원유를 수출하지만 이로 인한 수익은 거의 모두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 모델은 “마두로 정권은 현금이 절실한 실정인데 미국 외에는 원유 수출로 현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교협회 남미 전문가인 섀넌 오닐도 마두로 정권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거나 미국에 경제적 공격을 가하려 하는 것은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베네수엘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미국계 정유사 시트고의 운명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 국영 에너지 기업인 PDVSA가 시트고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트고는 PDVSA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PDVSA에 매출이 아니라 배당금만 보내고 있지만, 시트고의 지분구조는 오랫동안 양국 간 긴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시트고가 배당금을 PDVSA에 송환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으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로 인해 시트고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또한 2016년 PDVSA가 시트고의 지분을 담보로 러시아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로부터 15억달러를 빌려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모델은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트고를 압류해야 하는지를 놓고 찬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찬성 쪽에서는 시트고가 마두로 정권이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반대 쪽에서는 마두로 축출 후 시트고가 베네수엘라의 석유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25일 국제유가는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4일 베네수엘라 원유 금수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미국 산유량 급증으로 글로벌 석유시장에 공급량이 충분해 베네수엘라 위기로 인한 유가 변동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 시위에 모인 대규모 인파.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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