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률 치솟는데 시설은 부족…웃돈 내고 원정화장까지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초고령화를 향해 가는 한국이 일본처럼 화장시설 대란을 겪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혐오시설’로 찍혔던 화장장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갈수록 높아지는 화장률…님비 현상에 시설 부족 눈앞
현재 우리나라의 장례는 화장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화장률은 84.6%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늘었다. 1991년만 해도 화장률은 19.1%로 20%를 밑돌았지만,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장점이 부각되면서 2005년 52.6%로 처음 매장률을 앞질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며 화장률은 1991년 이후 27년 만에 4.4배 증가했다.
화장률이 꾸준히 늘어날 동안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경기 화성시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동해시에서는 화장장 이전 문제로 시와 주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화장장 증설이 어렵다보니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도 일본처럼 대란을 겪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화장 대기 시간이 최장 열흘에 달하는 도쿄는 망자가 머무는 ‘시신호텔’이 늘고 있다. “이런 시설까지 나오냐”는 현지 반응은 2~3년 만에 쏙 들어갔다. 오히려 찾는 사람이 늘면서 ‘시신호텔’은 유망 비즈니스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각 지역 화장률 [자료=보건복지부] |
물론 현재 우리나라는 화장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일본처럼 대기시간이 긴 것도 아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화장시설은 전국 59개소이며, 화장로는 총 650기다.
화장로는 존엄성을 고려해 하루 대개 3회 가동한다. 이런 저런 여건을 고려하면 한국 전체 화장장의 연간 최대 화장능력은 32만여 건. 하루 평균 880건 꼴이다. 2017년 일평균 화장이 671건임을 감안하면 별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역별로는 이미 화장장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화장장 건립이 불가능한 서울을 비롯한 부산 등 대도시, 인구가 많은 경기가 대표적이다. 1980년 서울시는 고인의 67.4%가 매장될 정도로 공동묘지가 활성화된 곳이었다. 그러다 1990년 토지부족을 이유로 화장을 크게 장려했다. 이 영향으로 1990년 22.7%였던 서울시 화장률은 2017년 88.8%까지 치솟았다.
각 지역 화장장 수 [자료=보건복지부] |
서울연구원은 2020년 서울시민 화장률이 91.7%에 달하고, 2025년 92.7%, 2030년 92.9%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서울시민 연간 화장건수는 5만6281건으로 예측했다. 필요한 화장로는 67기다. 올해 기준 서울의 화장장은 단 2개소이며, 화장로는 총 44기로 연구원 예상 수요의 65%에 그친다.
◆8배 넘게 비싼데도…’원정화장’ 증가세
정부도 화장시설 부족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408억원을 투입, 경기도에 화장장을 확충할 방침이지만 역시 주민 반대가 걸림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정화장’이 증가세다. 화장에 드는 비용은 관내는 12만원(일반 기준), 관외는 100만원으로 무려 8.3배 차이가 난다. 서울시민이 사망하더라도 시립승화원(벽제) 등 관내 화장장이 꽉 차 ‘원정화장’을 가면 무조건 100만원을 써야 한다. 그럼에도 화장장은 혐오시설이란 인식이 여전하다.
서울시립승화원. 총 23기의 화장로를 갖췄다. [사진=뉴스핌DB] |
전문가들은 화장장 증설이 필요한 시점이나, 무조건 늘리기보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장시설을 혐오하는 막연한 인식은 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박원진 교수는 “하남시는 주민 반대로 화장장을 빼고 장례식장과 봉안당만 들어섰던 곳인데, 도입을 꺼리던 시민들 스스로 불편을 느낀 사례”라며 “결국 화장장에 대한 주민 의식이 바뀌어야 하며, 주민자치위원회 등을 통한 홍보와 교육이 답”이라고 말했다.
원정화장에 대해서는 “제가 사는 안양도 화장장이 없다. 성남, 수원까지 가서 100만원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며 “화장장은 인근 지역이 뭉쳐 거점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화성처럼 광역장사시설을 고려할 만하다. 유럽이나 일본도 광역시설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화장장 하면 벽제처럼 대규모 시설을 떠올리는데, 일본이나 유럽은 2~4개 화장로만 갖춘 소형 시설도 많다”며 “한해 사망자가 75만명에 이르리라는 수치만 갖고 화장장을 막연히 늘릴 게 아니라, 소규모 중심의, 또한 지역이 뭉친 광역 위주의 확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