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국내선 비싼데 해외직접구매도 못해" 불만
"해외 유명브랜드 국내 수입판매가 거품 논란 부추겨"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 수년 전부터 해외직접구매(직구)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직구 마니아 직장인 김모씨(38)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A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구매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결제 취소 통보를 받았던 것. 해당 브랜드는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판매가격에 비해 2~3배 가량 비싼 값에 제품을 판매 중이다. A씨는 해당 물건 구매를 위해 IP주소를 타국으로 우회하는 등 갖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A씨는 미국 본사에 이를 문의했고 한참 후 한국 카드사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는 결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외직접구매가 활성화 되고 있지만 한국에 지사를 둔 일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직구족을 막기 위한 각종 제한 정책을 실시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해외 브랜드 상품 거품 가격 논란이 일면서 정부는 병행수입과 직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지사 매출에 타격을 우려한 일부 브랜드사의 경우 직구 거래액 규모가 커지자 한국 고객들만을 타깃으로 한 직접 구매 제한에 나서면서 정책과 소비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명 남성복 브랜드인 브룩스브라더스는 공식 몰을 통해 정기 세일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동일 세일 품목을 구매해도 원화로 결제할 경우에는 달러 결제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브룩스브라더스 공식 온라인 몰에서 현재 판매 중인 한 남성복 재킷의 경우 달러로 결제하면 판매가격 498달러를 할인 가격인 298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원화 결제를 선택하면 가격은 훌쩍 오른 75만1700원(부가세 포함)으로 판매 중이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20원으로 이를 적용할 경우 33만4805원에 불과하지만 두 배 이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브룩스브라더스 미국 공식 온라인 몰에서 동일 품목을 원화 결제할 경우(사진 좌) 달러 결제 금액(우)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 중이다. [사진=브룩스브라더스 홈페이지 캡처] |
해당 브랜드 공식 온라인몰에 접속하면 해당 국가 IP를 자동으로 인식해 원화 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와 함께 접속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국내 소비자가 한국으로 설정하면 원화로 결제가 가능하다.
원화로 결제하면 원화를 다시 달러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중 환전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해당 판매 몰은 이에 더해 추가 금액을 붙여 원화 판매가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 제화 브랜드인 닥터마틴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공식 온라인 몰을 통한 판매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해당 몰에서 한국에서 발행한 신용카드 고유 국가번호를 인식해 결제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직구 소비자들이 배송대행업체를 통한 현지 주소(이른바 배대지)로 상품을 구매하자 구매자의 국가를 구분할 수 없게 된 판매사는 카드정보를 이용해 판매 제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 브랜드 이외에도 한국 직구족들에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브랜드들 역시 이 같은 직접구매 판매 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산품 가격 거품 논란이 일자 정부가 나서 병행수입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직구 품목을 늘리는 등 정책을 시행했다”면서 “이 같은 여파로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판매가격을 낮추거나 직구 구매가 가능하도록 개선했지만 최근 이러한 분위기가 시들해지면서 또 다시 판매 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