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정시간 80분 훌쩍 넘겨 90분 진행
대통령 지명하고 재질문 기자들도 눈길 끌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 질문자와 질문 내용 협의 없이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야말로 격식을 파괴한 자유토론, 격의 없는 타운홀 미팅 방식의 회견이었다.
질문권을 얻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은 치열했고, 지난해와 달리 재질문 방식을 도입해 2명의 기자들이 운좋게(?) 재질문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8분 가량 기자회견문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위해 영빈관에 들어섰다.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2기 청와대 참모들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질문자 되기 위해 한복 입고 온 기자도
문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이끌어갔다. 청와대 기자단 총괄간사인 이상헌 연합뉴스 기자로부터 시작한 문답은 약 90분간 끊김없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착석한 내외신 기자 200여명은 질문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고 대통령에게 선택 받기 위해 애썼다. 미리 준비된 질문 내용이 적힌 수첩과 핸드폰을 손에 든 상태였다.
기자들 중에는 대통령의 눈에 띄기 위해 한복을 입고 온 기자도 있었다. 다만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온 기자가 대통령의 선택을 받았던 것과 달리 올해 신년회견에선 한복을 입은 기자가 질문자로 선택 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선택하자 다소 배분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고민정 부대변인이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선택을 좀 못 받았다"고 개입했고, 문 대통령은 "중앙일간지 기자님들만 손을 들어달라"고 정정해 뒤늦게 질문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사진=청와대] |
◆ "취임 이후 가장 힘든 점? 뭐니 뭐니 해도 고용지표 부진"
문 대통령은 외교 부문에서는 비교적 자신감 있게 답변을 했고, 경제 부문에서는 다소 낮은 자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은 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지 20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힘든 점으로 "뭐니 뭐니 해도 고용지표가 부진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질문에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제부문 인사들을 장관으로 중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질문 뜻을 잘 모르겠는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있으면 경제를 담당하는 부처의 장관은 생각을 함께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모기자가 '현실 경제가 힘든데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를 묻자 "경제 정책기조가 왜 필요한지는 기자회견 내내 말씀드렸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청와대 참모, 친문 아닌 사람 없는데...임종석 전 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는가"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간중간 유머를 섞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청와대 2기 비서실 인사가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해졌다는 지적에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비서라 친문 아닌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문 대통령과 기자들의 열띈 질문과 답변으로 기자회견 시간은 예정된 시간을 10분 이상 넘겼다.
문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을 초과했다는 고민정 부대변인의 지적을 받자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4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받은 후 순서대로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질문을 들은 후 이 것 못해도 10분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질의응답을 한 후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 팀이라는 생각을 늘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중가요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김민기의 '봉우리'와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마이라이프', 커피소년의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 처진달팽이의 '말하는 대로', 그루배틱의 '괜찮아'가 기자회견장에 잔잔히 울려퍼졌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