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BBT-401, 미국 임상 2상 돌입"
개발중심 바이오로 차별화된 사업모델 "기술이전 등 기대"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미국 임상시험 2상을 시작한 데 이어 다음 달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미국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임상 단계가 진행되는 만큼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최근 경기도 판교 브릿지바이오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규 대표는 2019년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사진=브릿지바이오] |
◆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미국 임상 2상 시작
2015년 설립된 바이오 벤처기업 브릿지바이오는 설립 약 3년 만인 지난해부터 연달아서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는 최근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의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했다.
BBT-401은 인체의 면역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펠리노-1'과 결합해 염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물질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대웅제약에 기술 이전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BBT-401은 이전에 없던 혁신 신약으로, 염증만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염증 억제와 궤양 상처를 치료하는 점막 재생을 동시에 한다"며 "대웅제약도 BBT-401의 차별성에 관심을 보였고, 이에 일부 지역 판권을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BBT-401의 미국 임상 2상을 2021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기술이전이 임상 2상 단계에서 주로 이뤄지는 만큼 회사도 이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또 오는 2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미국 임상 1상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BBT-877은 자가면역질환, 종양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표적 단백질 '오토택신'의 활성을 저해하는 신약후보 물질이다.
이 대표는 "오는 7일 미국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10여 개의 대형 제약사들을 만나는데 BBT-877에 관심이 높다"며 "특발성 폐섬유증의 경우 아직 효능이 좋은 치료제가 없는 데다가 BBT-877이 경쟁 약에 비해 효능이 더 우수하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말까지 BBT-877의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내년 초 신속심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질환 치료제에 지정될 경우 신약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왼쪽)과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BBT-401'에 대한 기술실시권 및 글로벌 완제의약품 생산 판매권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대웅제약] |
◆ 'NRDO' 독특한 사업 모델로 승부수
브릿지바이오가 단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독특한 사업 모델과 이 대표의 경험 덕분이다.
브릿지바이오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다.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하지 않고, 전임상·임상을 수행하는 '개발'에만 집중한다. 초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연구 단계를 직접 진행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후보물질을 연구소나 다른 바이오 벤처에서 사 온 후 전임상, 임상 등을 진행한다. 임상 단계가 진행될 수로 물질의 가치는 급등하는데, 회사는 이 물질을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NRDO 기업은 기존 바이오 벤처기업들보다 효율적으로 예산운영과 경영을 할 수 있다"며 "객관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들만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5년간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좋은 신약후보 물질들을 도입하고 있다. 그는 LG화학(옛 럭키화학)에서 연구, 사업기획 등을 수행했다. 2000년에는 바이오벤처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 창업하고,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세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종 제약사에 사업 자문을 했다.
BBT-401도 이 대표가 회사 창업과 동시에 한국화학연구원과 성균관대학교 박석희 교수팀으로부터 사들인 물질이다. BBT-877은 바이오 벤처기업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했다.
회사는 또 지난해 5월 유한양행과 공동연구 및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인 'BBT-931'을 도입했다. 회사는 올해 내에 전임상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매년 새로운 물질을 도입하고, 하나씩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임상시험을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면, 올해는 임상 2상을 하는 회사로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 올 하반기 상장 재도전
브릿지바이오는 이러한 성장을 발판 삼아 올해 하반기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5월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사업 모델도 생소한 데다가 기술이전 등의 성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대웅제약과의 기술이전에도 성공했고, 올해 임상시험에도 돌입한 만큼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추가적인 글로벌 기술이전을 통해 상장에 성공하겠다"고 덧붙였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