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104엔까지 추락, 엔/원 1057원 급등
"일시적 흐름, 변동성 확대 국면 이어질 것"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달러/엔 환율이 장중 104엔선까지 급락하면서 초강세를 연출했다. 엔/원 환율 역시 1050원대로 급등하고 있다. 시장에선 애플의 실적전망 하향에 따른 주가 급락,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이 엔화의 초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엔/원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100엔 당 1057.6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대비 30원 가까이 급등한 수준이다. 엔/원 환율이 1050원을 넘어선 건 지난 2017년 8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달러/엔 환율 역시 106엔 선에서 거래 중이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한때 104.7엔까지 급락했다.
3일 엔/원 환율 추이 [출처=코스콤CHECK] |
시장에선 애플의 실적 전망 악화로 일시적으로 달러/엔 매도세가 집중된 플래시 크래쉬(Flash crash 순간적 폭락)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애플 주가가 장외거래에서 7% 가량 급락하면서 엔화로 환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A은행 외환딜러는 "미국 증시 마감 후 새벽 애플이 실적전망을 낮춘 보고서 영향 때문에 전반적으로 안전자산 쪽으로 트리거됐다"며 "엔화의 초강세는 애플 리포트에 따른 조건 반사적인 일시적인 흐름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B은행 외환딜러 역시 "애플 실적이 햐향될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강화됐다"며 "알고리즘 트레이딩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급력하게 이뤄지다보니 급락하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중 엔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연출한 것이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10년 국채금리 낙폭이 가팔라지며 미-일 10년 금리차 축소 등이 엔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전승지 삼성선물 수석연구위원은 "새벽에 애플 뉴스와 중국 제조업 지수 악화 등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자극으로 레벨을 트리거시키고 기술적인 매도세가 나오면서 달러/엔 환율이 더 빠졌다"면서도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빠지면서 미일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된 점도 하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어졌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더라도 달러화 강세는 제한되고 엔화가 더 수혜를 입는 상황"이라며 "미국 국채금리는 많이 빠졌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10년물 국채금리를 0%에 고정하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어 달러보다는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추가적인 엔화 강세를 조심스럽게 점치면서도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아베노믹스로 인위적인 약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은 100엔대 초반까지도 갈 수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끌고 온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전승지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가 달러/엔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레벨부담으로 더 저점을 낮추진 않겠지만 계속 하락압력과 변동성 확대 국면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은행 외환딜러는 "달러/엔이 104엔에서 107엔 수준까지 회복한 상황인데 추가적인 강세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