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수익화' 증명해 은행 변화 견인할 것"
고객 디지털 동선으로 침투...글로벌 시장은 현지화
지정석 없애고 메신저로 보고…첫 외부임원 변화 바람
[서울=뉴스핌] 최유리 류태준 기자 = "디지털 혁신 때문에 은행이 맞닥뜨리는 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머뭇거리면 정말로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요."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그룹장(CDO·상무)은 지난 6월 영입돼 디지털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6개월간 공휴일을 포함해 출근하지 않은 날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쉼 없이 달려왔다.
HP, 퍼스트데이터코리아,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에서 금융 결제시스템,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을 총괄한 디지털 전문가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르다.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의 기존 영업 방식을 무너뜨리는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다.
황 그룹장이 우리은행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변화의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그룹이 지원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수익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디지털로 전환하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다.
황 그룹장은 "은행에서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핵심성과지표(KPI)로 평가받는다면 변하는 건 없다"며 "결국 비대면 채널에서 영업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현장 인력을 이끌고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그룹장(CDO·상무) [사진=우리은행] |
이를 위해 디지털금융그룹도 내년 사업계획에 다른 조직과 같이 수익목표를 잡아뒀다. 당장 올해부터 비용효율성 지표인 이익경비율(CIR·Cost to Income Raio)로 다른 부서와 경쟁을 하라고 주문했다.
수익화 전략은 고객의 디지털 동선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미 목적을 갖고 은행 비대면 채널로 찾아온 고객에게 상품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검색, 동영상 시청, 쇼핑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상황에 필요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황 그룹장은 "OO페이처럼 결제 서비스가 각광 받는 이유는 물건을 사고 파는 동선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카카오톡 등 고객이 오고가는 동선 속에서 금융 상품을 노출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도 디지털금융그룹의 수익화 영역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도시 집중도가 낮아 영업점보다는 비대면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되, 국내 방식을 그대로 이식하는 대신 현지 IT 기업과 손잡고 철처히 현지화시킬 것이라는 게 황 그룹장의 생각이다.
비전뿐 아니라 업무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우선 디지털금융그룹에선 사무실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다. 사무실 내 지정석이나 칸막이도 없다. 최근에는 130여명인 디지털금융그룹 전체가 우리은행 본점 건너편 건물로 사무실을 옮겼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고객이 무엇을 즐기고 원하는지 현장으로 뛰어들라는 의미에서다.
서면 보고나 서류 결제도 최소화시켰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메신저로 보고하지 않으면 다시 돌려보내는 일도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첫 외부 C레벨 임원으로 온 황 그룹장이 일으킨 변화의 바람들이다.
황 그룹장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금융그룹을 은행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부서로 만드는 것이다. 생소한 신기술이나 화려한 미사어구 대신 그가 제시한 비전은 명쾌하다.
그는 "IT 인력을 늘리고, 전 은행원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IT 기업을 이길 수 없다"며 "결국 핵심은 기술을 유연하게 확보하고 그것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