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방지법, 남성 20·30대 61.7%, 50.6% 반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남녀 성 대결 대치 심화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국민 10명 중 6명은 여성폭력방지법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881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60.7%를 기록했다.
반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5.4%에 그쳤다. ‘모름 또는 무응답’은 13.9%였다.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결과 [사진=리얼미터] |
◆ 여성의 77.5%, 남성 39% 찬성..남녀 성(性) 대결 여전
성별로는 여성의 77.5%, 남성의 43.7%가 여성폭력방지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목소리를 낸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11.9%에 그친 반면 남성은 39.%를 기록, 남성 내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맞섰다.
특히 20대와 30대 남녀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점이 눈에 띈다. 20대와 30대 여성은 각각 90% 이상(찬성 91.5%, 반대 4.6%), 70% 이상(찬성 75.2%, 반대 11.9%)이 여성폭력방지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20대와 30대 남성 중 반대 응답자도 각각 61.7%, 50.6%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65.8%로 가장 높은 찬성률(반대 11.3%)을 보였고, 이어 40대(찬성 62.5%, 반대 29.2%), 50대(62.2%, 26.0%) 순이었다. 20대(57.0%, 34.8%)와 30대(53.0%, 31.9%)에서도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이념성향별로 봤을 때도 진보층(찬성 72.%, 반대 19.4%)과 중도층(58.4%, 30.4%), 보수층(47.4%, 35.9%) 순으로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찬성 71.1%, 반대 17.8%)과 정의당 지지층(70.4%, 19.9%)에서 찬성 응답이 7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당층(58.8%, 26.0%)과 자유한국당 지지층(50.2%, 33.0%), 바른미래당 지지층(50.0%, 36.9%) 모두에서 찬성이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찬성 68.0%,반대 18.2%)와 부산·울산·경남(64.6%, 26.3%), 경기·인천(62.5%, 26.3%)에서 찬성 응답이 60%를 상회했다. 대구·경북(58.8%, 23.2%)과 대전·충청·세종(57.2%, 28.9%), 서울(53.3%, 26.3%)에서도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전화 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응답률은 5.7%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
◆ 20·30대 남성 절반 이상 반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뭔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1호 법안인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그 이후 일부 남성들이 ‘남성 차별법안’이라며 폐기를 주장하고 여성단체는 ‘원안 후퇴’라고 아쉬워하는 등 후폭풍이 여전하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해 10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기존 여성폭력 외에도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새로운 여성폭력을 당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지원 근거를 마련, 국가 책임을 규정한 게 핵심이다.
특히 이 법은 2차 피해에 대한 개념을 최초로 명확히 규정했다. 2차 피해로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 집단 따돌림, 사용자로부터의 불이익 조치 등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 마련과 교육 등 국가 책무도 명확하게 부과했다. 법 시행은 공포 후 1년이다.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20년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남성은 법안에 있는 여성폭력의 정의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돼있다는 점을 들어 여성 만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폐기해달라는 청원이 50여건 가량 올라와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약 3만 5000여명이 동참한 청원 글에는 “여성 만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생물학적 남성에 대한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일부 여성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여성단체에서는 법이 여성만을 피해자로 한정한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이 처음 발의했을 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한다’고 명시했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한 최종안에는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성평등’이 ‘양성평등’으로 수정된 점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여성으로 한정된 부분을 삭제해서 모든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jw@newspim.comㅜ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