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거듭 내린 가운데, 일본에서도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5일 일본 변호사 100여명의 성명 발표로, 이들은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성명에 동참했던 야마모토 세이타(山本晴太) 변호사는 4일 아사히신문 취재에 응해 "일본 정부는 해결됐다는 입장만 주장하지 말고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서 승소판결이 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야마모토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후(戰後) 개인 청구권 문제에 대해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연합국이 상호 배상 청구권을 포기하는 조항이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이다.
당시 원폭 피해자들은 "조약에 따라 미국에 배상청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일본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때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손해에 대해 상대국의 책임을 묻는 '외교 보호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개인이 직접 배상을 요구하는 권리에는 영향이 없어 국가에 보상 의무는 없다"고 했다.
1990년대 들어 한국인 전쟁 피해자가 일본에 제소를 하기 시작했을 때도 일본 정부는 지금처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고 항변하지 않았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당시 일본 정부가 "(개인 청구권에 대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국회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은 2000년대 들어 바뀌었다. 일본과 일본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조약으로 인해 재판 청구는 할 수 없게 됐다"며 주장을 바꿨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7년 4월 중국인 강제연행 소송 판결에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대해 "사후적인 민사재판에 맡기면 혼란이 발생한다"며 "재판상으로 개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게 조약의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례는 이후 중·일 공동선언이나 한·일 청구권협정에도 적용돼, 이후 일본 법정에서 외국인 전쟁피해자의 권리회복은 불가능하게 됐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하지만 2007년 최고재판소 판결도 조약이 개인의 실체적 권리를 소멸시키는 게 아니며, 개별·구체적인 청구권에 대한 채무자 측의 자발적 대응은 막지 않는다고 했다"며 "관계자가 소송 이외의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길을 남겼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는 해결됐다고 잘라 말하지 말고, (피해자들과) 대화를 통해 구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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