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미국과 중국이 벌여온 무역전쟁이 양국 정상 간의 담판에 따라 ‘휴전’ 모드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2019년 1월 예정된 2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포격'을 유보키로 했다. 대신 중국은 3개월로 정해진 협상기간 동안 미국이 수용할 만한 가시적인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타협안이라기보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 다시 한번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중미 무역전쟁의 공은 재차 중국쪽으로 넘어간 셈이다. 중국으로선 일촉즉발의 전면전을 피하고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문제는 9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중국이 미국의 구미에 맞는 획기적인 개선 조치를 내놓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할 만한 개선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아니, 그럴 뜻이 없다는 얘기가 더 정확한 표현일 듯 싶다. 협상 전망을 밝게 점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무역적자 원인에 대한 양측의 진단과 인식이 출발점부터 평행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무역적자의 책임을 통째로 중국에 전가하는 입장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있다. 중국의 비관세 시장 장벽이 무역불균형의 주요 원인이며 지재권 침해와 기술약탈, 인터넷 사이버 절도 관행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조치와 함께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등의 경우 마땅한 개선안을 마련하겠지만 무역적자와 관련해 객관성이 결여된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배격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 무역적자의 본질이 미국 국민들의 낮은 저축률과 함께 천문학적인 군비지출과 막대한 사회보장 예산 지출 등에 있다고 반박한다. 중국 강경론자들은 미국이 무역적자 개선책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자기 몸에 병이 났는데 남에게 약을 먹이려 하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중국은 제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미국이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일부 학자들은 미국이 무역불균형을 내세워 중국의 국가전략인 산업 구조 개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붓는다.
미국에게 자세를 낮추기보다 무역전쟁을 계기로 수입대체형 기술투자를 확대하고 무역 대상국을 확대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 이유가 단순 무역적자 개선이 아닌 중국의 강대국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볼 때 지금부터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전이 선포된 것일 뿐 현재 무역전의 상황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로 지난 3월 전쟁이 시작됐을 때와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당장 마주할 협상 테이블에서도 미중 양측은 동상이몽의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중국은 협상의 중점 목표를 올해 부과했던 고관세 취소에 두겠다는 입장인데 미국은 협상과정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추가관세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레일 위를 마주 보고 달리던 열차가 충돌 직전에 극적으로 멈춰서긴 했지만 미중 통상 무대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한 것 같다. 협상 초반 기선을 잡으려는 전략 때문일 수도 있으나 중국 쪽에서는 양보와 타협론자보다는 여전히 원칙론자들과 강경 대응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협상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고로 보여진다.
“중미 무역전의 결말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지구전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총체적 대응에 나서야한다. 중국으로선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 최악을 상정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경제가 수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을 포함한다” 협상테이블에 임하되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각오다. 무역전 ‘휴전’ 선언 직후 중국 인민일보 해외 SNS 계정 샤커다오(侠客島)에 실린 이 논평기사는 미중 무역협상 국면에 펼쳐질 난기류를 암시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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