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최종 성공에 회의 제기, 윤리문제 강력 비판
인체 유전자 실험 규정 위반 여부 법적 쟁점 될 듯
[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세계 최초의 에이즈 면역력을 갖춘 쌍둥이 출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의 연구 실험에 대해 꼬리를 물고 의문이 제기되는 한편, 연구 윤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매체 인민망에 따르면, 선전 남방과기대학(深圳南方科技大學)의 허젠쿠이(賀建奎) 교수는 태아의 CCR5 유전자 편집을 통해 에이즈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출산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실험으로 출산된 쌍둥이는 루루(露露)와 나나(娜娜)란 여자 아기로 전해진다.
허젠쿠이 교수[사진=바이두] |
허젠쿠이 교수는 미국 연구진과 더불어 HIV 침투를 가능하게 하는 단백질 형성의 핵심인 ‘CCR5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실험은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에이즈 환자 가족들에게는 매우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 적용된 ‘CRISPR’란 신흥 유전자 기술은 주로 생쥐 등 동물용 실험에 활용되는 기술로, 인체에는 수정란 유전자 배열 실험에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태아의 출산에 활용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실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한편, 법적 윤리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칭화대 면역의학분야 장린치(張林琦) 교수는 “ 유전자 편집 기술이 완벽하게 안정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사람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까지 CCR5 유전자의 기능이 완전하게 억제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교수는 그러면서 “에이즈 환자 부부도 유전자 편집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대학의 생명공학 분야 권위자인 라오이(饒毅) 교수는 “CCR5 유전자의 기능 억제로 인해 쌍둥이에게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는 “허젠쿠이 교수 연구진이 일반 수정란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면서 현재 배아 줄기세포에 한정된 인체 유전자 실험 규정 위반 여부가 향후 법률 쟁점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6일 저녁 120여명의 중국 과학자들은 온라인 공개 서한을 통해 허젠쿠이 교수가 진행한 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바이두] |
허젠쿠이 교수가 이번 실험을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매체 신랑(新浪)에 따르면, 허젠쿠이(賀建奎) 교수는 현재 6개 바이오 업체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 그가 이끄는 유전자 편집업체 한하이지인성우커지(瀚海基因生物科技)는 올해 4월 시리즈 A 펀딩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이 업체 측은 “이번 쌍둥이 실험은 회사 내부에서 진행되지 않은 프로젝트로, 우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허젠쿠이 교수가 소속된 선전 남방과기대학측은 “이번 유전자 편집실험은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사례로, 대학 측은 이 실험을 허가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번 논란의 실험과 관련, “우리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실험 추진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