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위기 닛산 구해내며 세계 최고 CEO 각광
르노·닛산·미쓰비시 공동회장까지 올랐던 신화 몰락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카를로스 곤(64) 일본 닛산자동차 회장이 19일(현지시간) 소득 축소 허위 신고 등의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닛산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개최, 곤 회장을 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 지검 특수부는 이날 유가 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보수를 축소해 허위 기재하는 등 금융 상품 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곤 회장을 체포,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NHK 등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NHK 등에 따르면 곤 회장의 2011년 3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5년간의 실제 보수는 99억9800만엔이었지만 곤 회장은 자신의 보수를 49억8700만엔으로 약 50억엔을 축소해 신고했다.
곤 회장은 이밖에도 회사 자산을 개인적 용도로 무단 사용한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 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검찰은 그렉 켈리 일본 닛산 대표이사도 곤 회장의 부정 행위에 깊숙히 간여한 혐의를 잡고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밤 요코하마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2일 이사회를 개최, 곤 회장과 켈리 대표이사의 해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 내부고발에 의해 곤 회장 등의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왔으며 회사는 일본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카와 사장은 이밖에 “곤 회장 취임 이래 너무 많은 권한이 그에게 집중되는 바람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곤 회장의 부정 행위는 매우 심각하며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곤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란 뒤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 입사, 35세에 북미 미쉐린 CEO가 됐고 1996년엔 르노에 부사장으로 스카웃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요코하마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사와카와 이로토 일본 닛산 자동차 사장이 19일(현지시간) 소득 누락 신고 등의 혐의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과 관련, 요코하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8.11.19. |
이후 르노가 지분을 인수한 닛산 자동차가 도산 위기에 빠지자 1999년 닛산의 COO(업무최고책임자)로 파견됐다. 곤은 대규모 희망퇴직과 자산 매각, 공장 폐쇄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등에 성공하며 닛산을 극적으로 회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그에겐 ‘코스트킬러(cost-killer)’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2000년에는 타임지와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CEO’에 선정됐고 2001년 닛산의 사장 겸 CEO에 올랐다.
그는 2003년 닛산 회장에 이어 2009년엔 모기업인 르노의 회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후 2016년 닛산이 인수한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장도 함께 맡으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연합) 회장이 됐다.
곤 회장의 체포 소식에 이날 유럽 증시에서 르노의 주가는 13% 안팎으로 추락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