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 직권 범위 등 법리해석 다툴 여지 많아"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 유용 혐의 국고손실 혐의 처벌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4일 구속기소된 가운데,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보다 국고손실이나 허위증빙자료 작성 등 혐의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재판에 넘기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에 따른 공무집행 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등 위작 및 행사 등 죄명을 적용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10.15 leehs@newspim.com |
이들 죄명이 적용된 범죄 사실 30여개 가운데 핵심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등을 비롯한 각종 재판 개입, 법관사찰, 법관비위의혹 은폐 및 축소 등에 관여한 임 전 차장의 범죄사실 중 3분의 2 가량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들 혐의가 법정에서 실제 유죄 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폭넓은 직무권한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는 사법부의 법리해석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실제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행정사무 일체에 관해 처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법원 조직과 운영, 재판사무, 대외관계 업무 등을 비롯한 사법행정 실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다보니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 대부분에 대해 줄곧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위가 행정처 차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범위에 포함되거나 아예 직무 권한이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의 방어 전략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이 이번 국정농단 수사 관련 검찰이 수 차례 청구한 압수수색영장과 일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직권남용 범죄 성립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추세도 유죄 판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사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최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반면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와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혐의는 오히려 법정에서 유죄 인정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 시작도 전에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직권남용 혐의는 다툴 여지가 대단히 많은데 상대적으로 국고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는 입증할 증거만 확실하다면 정황상으로는 유죄 인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5년 각급 법원에 공보관실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공보관실을 운영할 것 처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예산을 신청해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을 신규 편성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각급 법원 담당자에 허위 증빙자료를 작성토록 지시하고 이 돈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지난달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들 자금이 증빙자료도 없이 각급 법원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을 비롯한 행정처 간부 9명이 이들 자금 가운데 8000여 만원을 음식점,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골프장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가법 제 5조에 따르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 손실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