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지분 상속받으며 상속세 전액 납부키로
그룹 모태인 LG화학 대표이사 외부영입, 창사 후 처음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착한 승계'와 '파격 인사'. 최근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광모 LG 회장. [사진=LG그룹] |
구 회장은 지난주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의 지분 중 8.8%를 상속받은 것에 이어 이번주에는 LG CNS 주식도 상속받으면서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은 '착한 승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상속세와 관련해 어떤 꼼수나 편법없이 정면돌파를 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8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LG 지분에 대한 것만 7000억원이 넘고, LG CNS 지분에 대한 상속세도 있다. 구 회장을 비롯한 LG가 상속인들은 상속세를 5년간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이에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에서는 '착한 승계' '역시 LG' 등의 수식어와 함께 구 회장에 대한 칭찬글이 이어졌다.
상속을 마무리지은 후 구 회장은 바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원포인트 인사이기는 하지만 대상이 LG그룹의 모태인 LG화학의 대표이사라는 점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컸다.
LG화학은 지난 9일 박진수 부회장이 명예로운 은퇴를 하고, 대신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LG화학 창사 이래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 차원으로 보더라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만큼 순혈주의가 강했던 LG가 이번에 그룹의 모태인 LG화학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했다는 것은 구 회장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동안 LG는 안정, 보수적 등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젊은 구 회장 취임 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됐고, 이번 인사로 구 회장 역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고객 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LG Way에 기반한 선대회장의 경영 방향을 계승 발전시키는 동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해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상속세 문제를 정면돌파한 것은 선대회장들이 만들고 지켜온 정도경영을 계승한 사례다. 반대로 신 부회장 영입은 구 회장이 뒤에 말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연말 정기 인사 등 앞으로 이어질 구 회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