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시 은행이 손해 모두 떠안아야
"금리 상승 우려된다면 고정금리 상품에 당근책 줘야"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 상승폭이 제한되는 주택담보대출(금리상한 주담대)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현실성·실효성’이 낮은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 주담대 5년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데다 향후 5년 내 금리가 2%포인트나 급등할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금융위기 등으로 금리 급등시 은행이 손해를 모두 떠안아야한다는 점도 우려하는 거다.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주요 시중은행들과 함께 '금리상한 주담대' 상품 출시를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상품은 30년 만기 기준으로 연간 1%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금리 상승폭이 제한된다. 예컨대 올해 연말 4%대 금리상한 주담대를 받을 경우 5년 이내 시장금리가 연 7%까지 올라도 부담해야 할 이자는 연 6%를 넘어서지 않는다.
당국은 해당 상품이 출시되면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최근 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통 혼합형 금리는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해 두 상품 사이에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3.26~4.26%로 잔액기준 코픽스 변동금리 연 3.30~4.30%보다 낮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혼합형 주담대라는 대체재가 있는데 굳이 금리상한 주담대가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금리제한 수준이 0.25%포인트, 0.50%포인트 등으로 파격적인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당국의 우려대로 금리 인상기가 확실해질 경우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안전한 고정금리로 가지 금리상한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5년 내 금리가 2%포인트나 급등할 여지가 없어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금융위기에 가까운 상황이 아닌 만큼 시중금리가 그만큼 빠르게 오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5년간 금리가 2%포인트나 오를 수도 없을뿐더러 규모(은행권 전체 2조원)도 작고 포퓰리즘을 지향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금융위기 정도의 상황이 와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다고 해도 손해를 온전히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며 “은행도 영리 기업인데 모든 것을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인식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금융당국이 차라리 주담대의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는데 좀 더 주력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상승기 가계의 이자부담 급증이 우려된다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대출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연동되는 구조인데 상한선을 제한하는 것은 금융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급격한 금리상승이 우려된다면 차라리 고정금리 상품에 당근책을 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금리상한 주담대 상품은 주요 시중은행들과 금융위의 실무 작업 조율이 끝나는 대로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내년 출시가 유력한 상황이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