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행, 영미권 비판 의식하면서도 중동시장 성장 놓칠 수 없어
'비전펀드' 손정의는 불참여부 밝히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회의 참석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했단 의혹이 일면서 영미권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는 각국 정부요인과 기업 간부들의 참석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기업들 역시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있지만 성장하는 중동시장을 놓칠 수 없어 고민하는 모습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비전펀드'로 사우디와 손잡은 손정의 '묵묵부답'
FII 참석과 관련돼 가장 주목을 모으는 일본 기업은 소프트뱅크다. 22일 도쿄발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마르셀로 클라우르 소프트뱅크 최고집행책임자(COO)는 FII에 불참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클라우르 COO가 주최 측에 강연자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며 불참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손정의(孫正義) 회장 겸 사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손 회장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비전펀드' 때문이다. 비전펀드는 세계최대 기술투자 펀드로 지난해 5월 손 회장의 주도로 출범했다.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를 통해 비전펀드에 450억달러를 출자했다.
손 회장은 이후 1000억달러 규모의 2차 비전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고, PIF는 이번에도 45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할 의사를 나타냈다. 게다가 손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손 회장마저 FII에 불참한다면, 가뜩이나 난처한 사우디의 입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언론인 살해의혹으로 비전펀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면서 손 회장의 제2 비전펀드 조달 계획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日 메가뱅크도 엇갈리는 대응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三菱)UFJ은행 측은 미케 가네쓰구(三毛兼承) 은행장의 FII 참석을 취소했다. 대신 요시카와 에이이치(吉川英一) 부행장이 대리참석한다.
미케 은행장은 당초 FII에 참석한 후 24일 미쓰비시 은행의 사우디 지점 개업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FII에 불참하게 되면서 개업식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 개업식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또 다른 메가뱅크인 미즈호(みずほ)은행은 중동 담당 임원이 FII에 예정대로 참석한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은 지난 22일 대응방안을 검토한 후, 예정대로 유럽·중동을 담당하는 상무임원이 사우디에 입국해 회의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신문은 "영미권에서 고조되고 있는 사우디에 대한 비판을 고려하면서도 성장하는 중동시장을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은행들이 대응에 고심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