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연말 상황 보고 판단하겠다"면서 전망 '안정적' 평가
무차입에서 차입금 1200억원으로...유가·원재료값 급등 탓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22일 오후 4시4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국도화학의 순차입금이 1년반 만에 5배로 급증했다. 국제유가와 원재료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운전자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신용평가사가 '집중 모니터링'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는 동시에 이 회사의 향후 등급전망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1~2년 큰 변화가 없을 때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한다는 기준과 배치되는 결과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도화학은 오는 29일 3년만기 회사채 250억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예정 금리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연 2.50%에서 -0.20%p. ~ +0.10%p를 가산한다.
국도화학은 회사채 발생에 앞서 지난 16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을 A+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받았다.
국도화학 홈페이지[자료=국도화학] |
문제는 국도화학의 순차입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국도화학의 순차입금(어음할인 포함)이 지난 2016년말 354억원에서 올 상반기말에 1730억원까지 늘었다. 1년6개월 만에 약 5배가 증가한 것.
어음할인 분을 제외하면 -163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순차입금이 늘었다. 다시 말해 무차입이었던 회사가 1년반 만에 1200억원의 빚을 짊어진 것이다. 이에 한기평은 국도화학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에 올려놨다.
국도화학 신용평가에 참여한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 평가전문위원은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운잔자금이 크게 늘었다. 이것이 순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고,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은 이어 "국도화학의 이번 신용평가는 연중에 한 것이 때문에 연말이 돼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입금 일시 증가인지, 계속 증가하는지를 3분기말·연말을 지나며 분기·사업보고서를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에도 차입금이 더 늘어나면 등급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한기평은 국도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기평이 지난 2015년 발간한 '신용평가 일반론'에 따르면 "등급전망은 향후 1~2년 이내 등급의 변동 가능성이 적은 경우 안정적(stable)으로 표시된다"고 정의했다.
결국 '연말 국도화학의 차입금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최 위원의 발언과 한기평의 '안정적' 평가는 어긋난다.
더욱이 한기평은 신용평가시 향후 국제유가 전망을 80달러로 설정했다. 국제유가가 이를 넘어가면 국도화학의 차입금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다.
블룸버그의 지난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주요 원유 딜러들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200만배럴의 공급 부족을 다른 산유국이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편, 국도화학 관계자는 "작년 중국 환경규제가 엄격해짐에 따라 원재료를 공급하던 중국 중소업체들의 화학제품 생산 포기가 잇따랐다"면서 "원재료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전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운전자금 상승 및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유가상승과 어음할인이 늘어나 차입금이 늘어났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에선 기업이 은행을 통해 어음할인하면, 해당 매출채권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차입한 것으로 인식한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