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작품
15년간 지속된 세 남자의 우정이 무너지는 과정
오는 11월4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우정이 더 끈끈하고, 의리가 더 강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았다. 최근에는 이런 성차별적인 생각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얼마나 사소한 것 하나로 그 오랜 우정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알 수 있겠다.
연극 '아트' 포스터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
연극 '아트'(연출 성종완)는 15년간 지속된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무너지는 과정을 일상의 대화를 통해 표현하는 작품이다.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으로, 현재까지 15개 언어로 번역돼 35개 나라에서 공연됐다. 몰리에르 어워드 베스트 작품상, 이브닝 스탠다드상, 토니 어워드 베스트 연극상, 로렌스 올리비에 뉴 코미디 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베스트 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최고 객석 점유율 103%, 누적 관객 수 2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극에는 세 명의 인물 '세르주', '마크', '이반'이 등장한다. 오랜 친구였던 이들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은 세르주가 산 그림 한 점 때문이다. 세르주는 가로 150cm, 세로 120cm의 커다란 그림 하나를 2억원을 주고 산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하얀 캔버스를 가르는 하얀 선들이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친구 마크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반은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 터지게 된다.
세르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2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마크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아냥거린다. 두 사람은 잘난 척하며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조금씩 내뱉기 시작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자신의 명확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반은 두 사람에게 상처를 받게 된다. 분명 친구 사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우위를 선점하려 하는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커져만 간다.
연극 '아트'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
공연은 내내 폭소가 터져나온다. 숨은 쉴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이어지는 세 사람의 대사는 때로는 어이가 없고, 때로는 너무 엉뚱하고, 때로는 너무 못됐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공감가고 몰입하게 된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있는 우월성, 무시, 자기만족 등의 인간 본성과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폭로되기 때문에 공연을 보면서 스스로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방송과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더욱 주목된다. '세르주' 역은 엄기준, 최재웅, 최영준이 맡는다. '마크' 역은 김재범, 박은석, 정상훈이 캐스팅 됐으며, '이반' 역은 박정복, 장격수, 김지철이 연기한다. 이미 검증된 연기력의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노련하게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대사, 점점 혈압이 올라가는 상황들을 너무나 유쾌하게 그려낸다.
세 사람은 완전히 갈라설 것처럼 하다가도, 다시 웃는다. 근본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순간의 기지로 혹은 우연으로 얼어붙었던 마음이 풀리게 된다.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정말 서로를 용서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마주보며 다시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친구 사이의 우정이 아닐까.
연극 '아트'는 오는 11월4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