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고지마 박사, 해외 학술지 발표
"외국어의 구조와 발음을 습득하는 비밀도 관련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국내 연구기관이 '새의 노래학습'을 연구해 인간의 언어습득과 관련한 비밀을 풀 가능성을 열어 주목된다.
한국뇌연구원 고지마 사토시 책임연구원은 아기 새가 노래를 배울 때 비브라토(Vibrato)를 조절해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비브라토는 목소리를 상하로 떨리게 함으로써 울림을 만들어 내는 기교로, 보통 바이브레이션(Vibration)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 10월 최신호에 게재됐다.
카나리아, 꾀꼬리 등 명금류의 수컷 아기 새는 아빠 새의 노래(지저귐)를 듣고 따라 하면서 정확하게 노래하는 법을 배우고, 관련된 뇌 영역을 발달시킨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인간의 언어 및 외국어 학습과 관련된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해왔다.
고지마 사토시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책임연구원이 명금류 사육실(실험실)에서 어린 금화조 새를 관찰하고 있다. 2018.10.16 [사진=한국뇌연구원] |
고지마 책임연구원은 명금류의 일종인 금화조의 노래를 분석해 어린 금화조가 노래를 배울 때 음성의 흔들림, 즉 비브라토를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며 정확한 음정의 노래를 배우는 것을 발견했다.
즉, 아기 새는 비브라토의 시행착오와 연습을 거쳐 얻어낸 최상의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암컷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컷 새가 단독으로 발성 연습을 할 때는 비브라토가 크지만 암컷에게 구애할 때는 비브라토가 작아졌다.
또한 연구팀은 아기 새가 대뇌 기저핵에 있는 신경회로를 이용해 비브라토의 크기를 조절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명금류의 뇌에서 노래를 배우는 데 핵심적인 영역을 ‘X영역(Area X)’이라고 불렀다. 연구팀은 대뇌 기저핵이 'X영역'을 포함, 이곳의 신경세포가 새의 노래학습에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영·유아도 비브라토와 같은 흔들림을 사용해 음성패턴을 발달시키거나, 어렸을 때 완벽하게 외국어의 구조와 발음을 습득하는 비밀도 이와 관련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고지마 박사는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대뇌 기저핵은 인간의 언어습득에도 중요한 부위로 보인다”며 “새의 노래학습을 통해 인간의 언어습득의 비밀을 풀고, 성인이 돼도 외국어를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