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발로 뛰는 곳…글·말·생각으로만 일하는 곳 아냐"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지난 8월 문화재청 신임 청장으로 임명된 정재숙 청장의 자격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시병, 자유한국당)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30년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문화재청장이 된 정재숙 청장에게 자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8.10.16 yooksa@newspim.com |
한 의원은 문화재청장으로 지명을 받았을 때 스스로 청장으로서의 자질을 어떻게 판단했냐고 물었다. 정 청장은 "뜻밖이었고 고민을 많이 했다. 다만 제가 문화재·문화부기자 (경력)30년이라고 할 때 문화에 대한 저의 사랑, 제가 문화로부터 받은 행복한 마음과 같은 것을 이제는 봉사하는 정신으로 같이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김종진 전 청장과 비교하며 정 청장의 문화부 출입 기자 경력은 문화재청청장으로서 자격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김종진 전 총장은 거의 평생을 몸담았다"며 "문화재청은 바로 그런 곳이다. 문화재청은 발로 뛰는 곳이지 자신이 글로 쓰거나 머리로 생각하고 말로 하는 그런 자리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정 청장이 기자 시절 작성한 기사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만이 최선일까'를 언급하며 문화재 환수에 대한 정 청장의 견해를 물었다. 정 청장은 문화재 환수와 관련한 기사를 썼다고 인정하며 "문화재 환수로 우리 문화유산과 지역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면 꼭 환수하는 것만이 대수는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정 청장의 대답을 자르며 "오히려 그 문화재가 국내에 있었으면 그냥 사라졌을 수도 있고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훌륭한 외국문화재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갖고 있어서 더 많이 알려지고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게 요지"라며 기사의 내용을 다시 짚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16 yooksa@newspim.com |
정 청장이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고 일축하자, 한 의원은 "'국수주의'까지 언급했다. 문화재 환수를 이야기하며 '국수주의로 가자는 것인가' 이런 기사도 쓴 적 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정 청장은 다시 "국수주의라는 단어는 제가 싫어해서 그런 기사는 쓰지 않았을 거다. 편집자가 제목을 지었을 것"이라며 "제가 아마 그 기사를 썼을 때는 현지 활용으로 세계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그런 뜻으로 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의원은 "문화재청장은 다른 어떤 기관장보다도 저는 정치적인 색깔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역사교과서에 참여한 위원들에게 자진해서 나가라는 이야기를 한 정 청장의 행동도 비판했다.
정 청장은 "제가 취임 일성으로 (국정교과서 집필진 자진사퇴 요구)했다기보다 기자가 질문하는 과정에서"라고 답을 이어갔으나 한 의원이 "기자의 질문이건 자신이 알아서 하건 청장의 입에서 나온 것 아니냐"며 소리를 높였다. 청장은 "죄송하다"고 하면서 "저는 그만두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다"고 다시 말했다.
한 의원은 "역사란 청산의 역사도 있어야 되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오욕의 역사도, 보존의 역사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 나라 문화재에 대해 깊이 관여한 학자들이다. 문화재 위원은 대한민국이 인정한 사람들이고 어느 시대의 흐름에서 정부가 요청해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는데 그들에게 (청장이) 모욕을 줬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