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침체 문턱 들어선 한국경제
진영논리 버리고 새 경제 틀 짜길
[서울=뉴스핌] 황남준 논설실장 =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 하강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에서 2%대로 추락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의 문턱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신호다.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처럼 경기 장기 침체가 구조화돼 한국경제를 옥죌 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 정책은 문제 투성이다. 정책 엇박자는 다반사고 주요 정책이 세계적 흐름과 경제논리에 역주행을 하고 있다. 자칫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량 실업과 빈곤 등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이 감당해야 한다. 과거 정권부터 이어져 온 진영 논리를 버리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IMF마저 올 한국 경제성장률 하향 … 내년, 미국에 밀리고 잠재성장률에도 못미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췄다.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도 2.6%로 당초 전망치 2.9%를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등을 반영해 수출 위주의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낮춘 결과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수출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정부와 한국은행, 민관연구기관 역시 올해보다 내년 경제를 더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2.9%에서 내년 2.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에서 2.7%로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8%로 각각 하향 전망했다.
IMF는 이에 반해 미국(2.9%)과 중국(6.6%)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고, 일본의 경우 소폭 상향 조정했다. 국내총생산(GDP)이 12배나 큰 미국은 잠재성장률이 1.7~1.8%로 한국(2.8~2.9%)보다 낮지만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감세와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에 힘입어 고속질주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앞선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 무리한 주장 … 경제정책은 ‘엇박자’와 ‘역주행’
세계 경제 흐름과 달리 유독 우리경제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성장세에 힘입어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기업의 구인난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치불안에 시달리는 터키나 멕시코를 제외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부진한 것은 우리 경제 정책의 실패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글로벌 경기 및 고용 훈풍 속에서 유독 한국만 뒤처지는 씁쓸한 현실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경기 낙관론을 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 경제는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세계 경제 개선, 수출 호조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10개월째 ‘회복세’라는 주장이다.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 보고서다.
정부의 지나친 낙관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은 커녕 정책 혼선과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이 비일비재하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금리정책, 부동산 정책, 고용정책 등 대표적인 경제정책을 놓고 정부 내외적인 비판이 일어도 마이동풍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을 마련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나 핵심적 정책 입안자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등 정권 실세들의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간 소득주도 성장 및 혁신성장 등 핵심 경제정책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데 있다.
◆ 투자 부진과 주력제조업 침체 … ‘종합 성적표’ 고용은 낙제점 이하
한국 경제가 추락하는 것은 투자 부진과 주력제조업 침체의 영향이다. ‘제조업 침체→고용 한파→소비 위축→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고 있다. 경기 하강 국면 진입 신호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를 외면하고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내세운 결과 고용절벽, 소득과 임금의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다. 투자는 얼어붙고 생산성 향상은 남의 일인 듯 쳐다만 보고 있으니 ‘경제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규모 감세와 규제개혁으로 투자에 활기를 불어넣어 일자리 풍년을 맞고 있는 현실이 부럽기만 하다.
경제정책의 종합성적표가 다름 아닌 고용지표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실업자가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실업급여에 투입된 재정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정책실패의 단적인 사례다.
민간 부문 일자리는 이미 5월부터 전체 취업자 수 증가가가 감소 추세로 전환했고 일각에서는 9월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그나마 재정으로 메운 공공분야 일자리 증가에 힘입어 취업자 증가폭이 플러스였지 순순 민간분야만 따지면 마이너스였다.
재정을 쏟다 붓고도 일자리 증가폭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니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진영논리와 관성 버리고 현실 직시해야 … 생산성 향상,노동개혁, 규제개혁 없이는 불가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규제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되어선 안된다. 소득주도 성장은 모든 경제정책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젠 진영논리와 관성에서 탈피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규제를 없애야만 침몰해 가는 ‘한국호’를 건질 수 있다. 반전을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전반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처방 아래 구체적인 단기 액션플랜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여권내에서 조차 개각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게 거론된다.
일자리와 소득은 모든 경제정책의 성과물인 점을 감안, 여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는 주력산업 경쟁력 회복과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문 한다.
생산성 향상과 노동개혁, 규제완화가 경제정책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땜질식 처방보다는 경제 체질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서민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길 임을 명심해야 한다.
wnj7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