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외부 감시 시스템 한 곳도 없어
탱크 내부 감지기 있지만 급격한 폭발로 '무용지물'
잔디밭 설치 이유도 '몰라' 공사 직원 안일 대처도 도마
[고양=뉴스핌] 구윤모 기자 = 대형 화재가 발생한 고양 저유소에 외부 화재 감시 시스템이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화재에 취약한 외부 시설과 함께 직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9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7일 화재에 대해 유류탱크에 설치된 유증환기구에서 직접 발화돼 온도계가 반응하기 전에 폭발했다고 밝혔다.
설치된 온도계는 80℃가 넘으면 알람이 울려 탱크 색깔 변화를 통해 근무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10월7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휘발유 탱크가 폭발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저녁까지 화재가 진압되지 않아 검은 연기가 서울도심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2018.10.07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저유소 외부에서 화재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14개 유류탱크 외곽 경계선에 유증기를 감지하는 감지기 2기가 설치돼있으나, 유증기를 감지하는 장치일 뿐 화재를 감지할 수 없다.
특히, 화재 당시 CCTV를 볼 수 있는 상황실에 2명의 근무자가 있었으나 경찰 조사 결과 18분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화재 초기에 진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다.
이날 조영완 대한송유관공사 CR팀장은 “이들이 24시간 내내 CCTV를 상시로 보는 것은 아니다”며 “사고 발생시 역할 매뉴얼이 다 있다. 이를 지켰는지는 내부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풍등이 내려앉아 대형 화재로 번진 원인이었던 잔디밭도 전국 8개 저유소 시설 중 고양 저유소에만 조성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7개 저유소에는 바닥이 아스팔트로 덮여있다. 고양 저유소는 1992년 조성돼있지만 잔디밭이 설치된 이유에 대해선 공사 측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조 CR팀장은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의 향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저유소 옥외 휘발유 탱크에 저장된 휘발유 440만ℓ 중 절반이 넘는 260만ℓ가 타버려 4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화재 발생 18시간만에 진화됐다.
이날 오전 경찰은 풍등을 날려 화재를 발생케 한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 근로자 A씨(27세·남)에 대해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10시32시께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공사장에서 풍등(지름 40cm, 높이 60cm)에 불을 붙여 날아가게 했고 300m 떨어진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화재가 나게 한 혐의다.
A씨는 경찰에 화재가 붙은 것을 못 봤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입수한 CCTV영상 사실에 대해선 전부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잔디에 붙은 불은 직경 28.4cm, 높이 8.5m 원통형 탱크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옮겨 붙기 시작해 10시 54분쯤 탱크의 상부 지붕이 날아가는 등 큰 화재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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