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임금 인상 효과는 ‘미미’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조5000억달러 규모 감세로 기업들이 적잖은 혜택을 봤지만, 직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꺼리면서 미국의 경기 호조에도 임금 인상이 더디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 펜스테이션의 사람들[사진=로이터 뉴스핌] |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수의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감세로 인한 혜택을 직원들의 임금으로 돌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부급 채용 회사 콘 페리 인터내셔널이 1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 만이 감세로 절약한 자금 일부를 기본급 인상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회사 머서(Merser LLC)가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만이 절약한 세금을 내년 임금 인상에 쓸 것이라고 답했다. 인력 컨설팅 회사 에이온(Aon)이 10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99%의 기업이 감세가 최저임금 인상을 유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율의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추면서 기업들이 많은 돈을 절약했지만, 임금을 인상하면 고정노동비용 부담이 커져 임금 인상을 망설인다고 분석한다.
아데코 스태핑의 빌 레이븐스크로프트 선임 부대표는 WSJ에 “영구적인 임금 인상을 피하려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감세로 아낀 돈을 다른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콘 페리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약 3분의 1은 직원 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에 감세로 절약한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콘 페리의 톰 맥뮬런 선임 클라이언트 파트너는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람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행태를 평가하는 비영리 단체 저스트 캐피털(Just Capital)은 감세에 따른 지출 계획을 발표한 러셀 1000지수에 편입된 119개 기업을 추적했는데 이 중 80% 기업은 직원들에게 혜택을 돌렸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약 580만명의 직원들은 임금 인상이나 일회성 보너스, 퇴직연금 인상 등의 형태로 추가 보상을 받았다. 다만 이들 기업이 감세로 절약한 583억달러의 자금 중 7%인 42억달러만이 직원들의 보수로 돌아갔다. 나머지 절약분은 자사주매입이나 자선활동, 일자리 창출에 쓰였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감세로 아낀 돈을 임금 인상에 쓰기를 망설인 것이 올해 강한 경제에도 미국의 실질 임금 증가세가 더딘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실업률이 3.9%로 하락하는 등 수십 년간 가장 양호한 고용시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질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민간 부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2.9% 올랐고 물가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