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MBC 'PD수첩'이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미루는 동안 방치돼 사망한 '민건이 사건'을 통해 종합병원 응급실 운영 문제를 지적한다.
2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그날, 의사는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2년 전 전북대 병원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2세 아이 민건이 사건을 되짚는다.
보건복지부는 3개월 여간의 조사 끝에 의료진 개개인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PD수첩'은 민건이 및 민건이 할머니의 죽음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과 마주했다.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있었던 민건이. 전북대 병원에서 그날, 과연 의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16년 9월 30일 오후 5시 40분, 2살 민건이와 할머니가 견인차에 치여 전북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있었던 민건이. 그러나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14곳의 병원에 전원을 요청하는 사이 심정지까지 왔다.
결국 전북대 병원 도착 후 6시간이 지난 밤 11시 59분에야 심정지 상태로 중증외상전문 병원인 수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진 민건이는 결국 과다 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의학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만 치료를 했더라도 민건이와 할머니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학회로 인해 수술이 가능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남아있지 않아 방치돼 있었던 민건이. 민건이를 치료해줄 의사는 그날 없었다.
[사진=MBC] |
사고 당일, 당직 전문의에게 병원 내 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중증외상 환자'가 도착했다는 문자 한 통이 전송됐다. 하지만 당직 전문의는 응급실에 오지 않았다.
'PD수첩'이 어렵게 만난 그는 학회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 민건이의 상태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대 병원 역시 정형외과 당직 전문의에게 호출은 없었다고 복지부에 허위보고를 한다. 복지부 역시 외상외과 전문의만 호출했다는 전북대병원 측의 주장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대병원은 또 ‘수술실 2개가 모두 다 가동 중이어서 민건이와 할머니를 모두 수술할 수는 없었다’고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PD수첩' 취재결과, 이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전북대 병원 전체 수술실 17개 중 수술이 있었다고 하는 2개는 응급을 요하지 않는 비응급 수술이었다.
조직적인 은폐와 비상식적인 주장. 그들이 거짓말을 해야만 했던 숨겨진 시간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PD수첩'은 감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민건이 사망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우리나라 응급실 또는 대형병원 응급실의 가장 큰 문제는 중환자를 자신들이 치료하지 않고, 자꾸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중증외상 환자에게는 환자를 살릴 확률이 높은 골든타임 내의 치료가 관건이다. 치료에 한 시가 급한 중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자꾸 옮기려 할수록 치료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나라 응급실은 수술 할 의사가 없다, 중환자실이 없다,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자꾸 다른 병원으로 중환자를 이송시킨다. 그 사이 중환자는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기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정부는 도 별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고,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민건이 사망사건 사례에서 보듯이, 전북대 병원 같은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조차도 병원을 믿고 찾아 온 환자를 자꾸 다른 병원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민건이 사망사고 이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PD수첩'에서는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병원을 믿고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현 응급실 운영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2일 밤 11시10분 MBC에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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