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한 중국군에 제재를 부과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장비 담당 부문에 해당하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장비개발부(EDD)와 EDD 책임자 리샹푸(李尙福)를 즉각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부는 리샹푸와 장비개발부의 수출 허가 신청과 미국 금융시스템 참여를 차단했다. 또한 미국인과 사업을 할 수 없도록 재무부의 특별지정개인 목록에도 추가했다.
러시아 주요 무기 수출업체 로소보론엑스포트(Rosoboronexport)와의 '중대한(significant) 거래'에 참여해 대러 제재를 위반한 까닭이다. 국무부는 제재가 올해 중국의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관련 장비 구입, 2017년 러시아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 구매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부는 러시아군과 정보당국과 연관된 개인 33명과 단체들을 '미국의 적들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CAATSA)'에 따라 블랙리스트 명단에 추가했다. 이로써 총 72개의 명단이 이 법안에 따라 제재 리스트에 올라갔다.
CAATSA는 러시아·이란·북한 제재 패키지법'으로도 불린다. 다만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보복 차원의 성격이 짙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리아 내전 개입 행위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스트에 올라간 대상과 중대한 거래를 하면 이번 중국의 경우처럼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주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인 셈이다.
한 행정부 관리는 중국 기관에 가해진 제재는 중국 정부와, 중국군을 겨냥한 게 아니라 러시아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는 전화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이러한 제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러시아"라며 "이런 맥락에서 CAATSA 제재는 특정 국가의 방위 역량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대신, 러시아의 중상 행위에 대응해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부연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의 프란츠 클린트세비치 의원은 제재가 S-400, SU-35 계약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계약들이 일정에 따라 이행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런 군사 장비의 소유는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추진하고, 러시아의 미국 정치 개입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앞서 트럼프 행정부 CAATSA 위반 개인과 단체, 국가에 대한 제재 이행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S-400 구입을 고려 중인 터키 등 다른 국가들에 보낸 경고라 할 수 있다. 현재 터키는 S-400 배치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터키가 사용하는 F-35 전투기 등 미국산 무기 등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관리들은 터키가 S-400을 구매하면 CAATSA를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