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신과 함께' 대박난 사나이…'흥행 족집게' 변신

기사입력 : 2018년09월22일 06:10

최종수정 : 2018년09월22일 06:10

[뱅커스토리] 윤동희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장
영화·드라마·공연 등에 매년 4000억 이상 투자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아내가 졸라야 영화관을 찾던 50대 남자가 달라졌다. 1주일에 적어도 한 편씩 영화 시나리오를 들여다보고 틈만 나면 시사회를 찾는다. 영화관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은 이제 없다. 흥행 포인트를 집어내고 주변 관객들 반응까지 살피며 영화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윤동희(50)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장의 얘기다. 문화콘텐츠금융부(문콘부)는 영화, 드라마, 공연 등에 투자하는 업무를 한다. 지난해 8월 이 부서로 온 윤 부장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윤동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팀장 /이형석 기자 leehs@

◆ '신과 함께' 1400만 빅 히트…수익률 192% '럭키'

1991년 입행한 윤 부장은 인력개발부, 미래기획실, 전략기획부, 강남지점장(신사동·양재역) 등을 거쳤다. 은행원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부서를 두루 경험해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 평한다.

27년 차 베테랑에게도 문콘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되도록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은행권에서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2012년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콘텐츠 투자 전담 부서로 출발해 새로운 길이기도 했다.

"은행 대출에선 100개 중 하나의 실수가 있으면 전체적으로도 잘못한 일이 됩니다. 반면 흥행 산업에 투자하는 문콘부는 언제든 리스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하죠. 차이가 크지만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영역을 특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문콘부는 일반 은행부서보다 조직문화가 유연하다. 시나리오를 두고 끝장토론을 하는 주간회의에서 윤 부장은 한발 물러선다. 20대 젊은 직원부터 의견을 말하고 그는 이를 취합하는 역할을 한다. 근무시간에 영화 시사회를 다니며 시장을 파악해야 하니 자리에 붙어 있을 수 없다.

다른 분위기 속에서 윤 부장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문콘부로 오자마자 시나리오를 받았던 '범죄도시'가 그것이다. "내가 누군지 아니?"라는 장첸의 연변 사투리로 히트 친 영화를 놓쳤기 때문이다.

"잔인한 요소가 있어 관객층이 제한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사회를 보고 결정하자고 할 정도로 끝까지 고민했던 작품이죠. 결국 투자를 하지 않았고 영화는 예상외로 흥행했어요. 이를 계기로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경험은 약이 됐다. 생각을 바꾸니 숨어 있던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결과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도 나왔다. 청춘들의 잔잔한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자극적인 스토리나 화려한 볼거리가 없다. 그럼에도 쉬어갈 수 있는 ‘힐링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라고 본 윤 부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 외에 지난해 투자한 '신과 함께'는 누적 관객 14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흥행 성적 2위를 기록했다. 최근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연' 역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해 '쌍천만' 타이틀을 달았다. 직접투자 방식으로 지원한 영화 '럭키'는 수익률 192.5%로 문콘부가 투자한 작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 이미지 제고 효과는 '덤'…베스트 플레이어로 '도약'

윤동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팀장 /이형석 기자 leehs@

문콘부가 수익만 좇는 것은 아니다. 문화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저예산 영화나 다양성 영화에도 투자한다. 저예산 영화인 '아이 캔 스피크', '올드 마린보이', '소공녀' 뒤에는 문콘부의 지원이 있었다. 영화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몇몇 블록버스터에 투자금이 쏠려선 안 된다고 윤 부장은 강조했다.

"강남지점장으로 있었을 때도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1등 지점이 되자는 목표 대신 건강한 지점을 강조했죠.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관리하기 어려운 지역 고객까지 무리해서 끌어오지 않았습니다. 부실 관리를 위해 기업 대출도 꼼꼼하게 관리했고요."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자 부가적인 이익이 따라왔다. 투자수익 외에 기업은행에 대한 이미지 제고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중국 공상은행 직원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기업은행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나 영화가 끝날 때 노출되는 기업은행 로고를 본 거죠. 국책은행이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친숙하게 만들고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봅니다."

'퍼스트 무버'로 출발했던 문콘부는 이제 '베스트 플레이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간접투자만 하고 있는 게임, 음반 등에 직접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다양한 문화 산업군 고객들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구상 중이다.

"문화나 콘텐츠 관련 금융서비스가 필요할 때 기업은행을 가장 먼저 찾게 하는 게 문콘부의 목표입니다. 지금도 다른 은행들이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기업은행을 벤치마킹하려 하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죠. 수익이 잘 나오고 비계량적인 효과도 지속된다면 문화 관련 금융서비스도 더 다양해질 겁니다."

yrchoi@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