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이집트인 난민 4명 서울 효자동치안센터 앞 단식농성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건강 위해 단식농성 해제" 요청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천천히 죽기보다는 빨리 죽기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온 A씨 등 이집트인 4명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 2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회부, 구금되기 직전에 한국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A씨 등 2명은 한국의 난민지위심사 1차 면접에서 불허 통보를 받았다.
나머지 2명은 1년째 면접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효자동치안센터 앞에는 “살고자 고국을 떠났는데 이곳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피켓이 설치돼 있었다.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이곳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13일 오후 2시쯤 효자동 치안센터에 도착한 최 위원장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난민문제에 대해 배워가고 있고 우리는 난민들을 도울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럼에도 여러분들이 오랜 기간 단식에 들어간 상황이 우려스럽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서울 종로구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 28일째 단식농성중인 이집트인 난민들을 찾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2018.09.13 imbong@newspim.com |
그러면서 “단식은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매우 극단적이고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일”이라며 “소중한 생명을 위해 단식농성을 해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자”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한국은 식민지배와 독재정권을 이겨낸 강인한 나라고 민주적이고 법치국가로 알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그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천천히 죽기 보다는 빨리 죽기 위해, 그리고 비명을 지르기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도 최영애 위원장이 우리를 찾아오고 공적인 관심을 촉구해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며 “우리는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투쟁하겠지만 최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단식농성 해제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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