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단렌, '3월 설명회·6월 면접 시작' 규칙 폐지고려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経団連) 회장이 2021년 봄 입사대상자부터 신입채용지침을 폐지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나카니시 회장은 전날 정례기자회견에서 "게이단렌이 모든 학생을 통솔하는 것도 아닌데, (지침을 내린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비판을 받고 있다"며 "몇월에 해금(解禁)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지침이나 기준도 내지 않으려 한다"며 채용지침 폐지 의사를 밝혔다.
현재 게이단렌은 채용 일정과 관련해 '3월 설명회 개시', '6월 면접 개시' 등의 지침을 정하고 있으며 회원사들에 이를 준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게이단렌의 지침을 근거로 삼고 있다.
신문은 "아직 게이단렌이 정식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며 향후 게이단렌 정·부회장회의 등을 통해 합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등 다방면에서 강한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이 3일 정례기자회견에서 2021년 봄 입사 대상자부터 채용방침을 철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NHK] |
◆ 대학·학생, 지침폐지로 채용일정 장기화될까 우려
게이단렌의 현행 취업지침은 대학교 3학년인 2020년 봄 입사대상자에게까지 적용된다. 게이단렌은 2학년인 2021년 봄 입사자에 적용되는 지침은 없으며, 게이단렌 측은 오는 가을에 다시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게이단렌이 지침을 폐지할 경우, 대학과 학생 측엔 큰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일본의 채용시장은 지침이 있기 때문에 취업활동의 시작·종료시점이 비교적 명확하다. 지침이 사라지면 기업들이 채용일정을 앞당겨, 취업준비 기간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지침이 있는 현재도 비공식적으로 채용일정을 앞당기는 기업들이 많기에 이 같은 우려는 깊어진다. 대학들로 구성된 '취직문제간담회' 조사에 따르면 5월에 면접을 시작한 대기업은 지난해 기준 56.4%로 나타났다. '6월 면접 해금' 규칙이 있음에도 따르지 않은 기업이 절반 이상인 셈이다.
호세이(法政)대학 커리어센터의 우치다 다카유키(内田貴之)과장은 "(유명무실이란 비판이 있어도) 기준이 있어야 대학도 학생도 대비하기 편하다"며 지침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침 폐지와 관련해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럽고, 취업현장도 혼란스러워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대비학원 '슈카쓰코치(就活コーチ)'의 히로세 야스유키(広瀬泰幸) 대표도 "지침이 없다면 학생 입장에선 언제 취업활동을 시작하고 언제 마칠지 알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東京)에 위치한 한 사립대 3학년 학생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침이 있기 때문에 취업활동을 시작할 때까진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며 "최근 3학년이 되면서 취업활동에 바빠 공부에 지장을 받는 친구들이 있는데, (지침이 사라지면) 영향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에 나카니시 회장은 "게이단렌이 지침을 폐지하는 것과, 채용에 있어 규칙 유무의 문제는 다른 문제"라며 "정부와 다방면에 걸친 논의를 나눌 수 있다면 철저하게 임하고 싶다"고 말해 채용 규칙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기업 의견은 분분
기업에선 게이단렌의 회견내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인재획득 쟁탈전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침 폐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갑작스럽게 방침을 전환하면서 채용현장에 혼란이 일 수 있다는 불안도 엿보인다.
차세대 자동차 개발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나카니시 회장의 지침 폐지의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자동차 제조사 인사 담당자는 "(지침이 사라진다면) 회사의 매력을 구직자들에게 어필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게이단렌에 소속되지 않아 지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들은 조용하다. 2011년 게이단렌을 탈퇴한 라쿠텐은 지침 폐지와 관계없이 통상대로 4월과 10월 채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라쿠텐 담당자는 "현 시점에서 특별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야후 광고홍보 담당자도 "대졸자 신입공채나 경력직 모두 평상시와 같은 일정으로 채용할 것이기 때문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당혹스러워하는 곳도 많다. 일용품 제조업체 인사담당자는 "지침이 없어져 채용활동 일정이 앞당겨지면 복수의 내정을 얻은 뒤 그만두는 학생도 늘어날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음식료 업체인 기린은 "학생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산학 연계를 통한 전략을 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