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존재를 없애거나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종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미국 북한전문 매체 38노스가 주장했다.
38노스는 29일(현지시간)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대북 협상 실패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행동은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성공하려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조금씩 주고받으면서 전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하면서 “협상에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불만을 표했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아직은 향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대북 협상에 반대하는 미국 강경파들은 북한이 여전히 핵분열성 물질과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38노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역시 합의한 내용인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의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 물질과 생산시설을 완전히 공개하는 등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이 한국과 더불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평화 과정의 첫 단계로 군사적 신뢰 관계를 구축해 서해상과 비무장 지대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고 공식적인 평화협정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전에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달 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신뢰 관계를 구축한 후에 공동성명의 내용을 균형 있고 동시적이고 단계별로 이행하는 것이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는 공동성명을 책임감 있고 선의의 자세로 이행할 것을 변함없이 약속한다. 하지만 우리만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미국이 종전선언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 협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신호다. 하지만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로 핵 무기고를 완전히 신고하라고 요구하면 미국과 동맹의 안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불확실성만 장기화될 뿐이라고 38노스는 경고했다. 미국이 핵 무기고를 파악하는 동안 북한은 얼마든지 핵 물질과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현명한 첫 걸음은 북한의 플루토늄, 고농축 우라늄, 대륙간 및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게 하고 생산 시설을 신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38노스는 조언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것보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동맹 종식, 미국의 핵우산 철회, 미군 철수, 마셜 플랜과 같은 대대적 원조, 안보 확약서 서명 등을 원할 것이란 통념과는 달리, 진정 원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고 화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외교관들은 수년간 미국 전현직 관료들에게 정치·경제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 체제, 주한미군이 뒷받침하는 한미동맹과 같은 북미동맹을 원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추측일 뿐이라고 38노스는 지적했다. 지금으로선 김정은의 의중을 간파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직 외교적 주고받기와 실질적인 상호 호혜적 움직임을 통해서만 김정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38노스는 강조했다.
핵 생산시설을 없애고 비핵화를 사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단계도 그만큼의 시일이 걸린다. 하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신뢰 관계를 쌓아야만 김정은의 의중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38노스는 논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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