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촬영물... 웹하드·장의사·필터링사 등 유착 의혹
여성단체 "디지털성범죄 산업, 정부가 특별수사하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웹하드 운영자 등이 디지털 성폭력 피해 촬영물로 부당이익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나며 관련 산업을 뿌리 뽑아달라는 여성단체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이어 28일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 광장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음란물 유포자·소지자·유통플랫폼 등을 처벌해달라”며 정부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 직속 특별 수사단 구성 △아청법 수준으로 디지털성범죄 처벌 △웹하드 위디스크·파일노리 실소유자 처벌 △디지털성범죄물 산업화 구조에 대한 국가적 차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본 뉴스와 직접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여성단체들은 “웹하드 카르텔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지금, 웹하드사와 국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운영자와 디지털 장의사, 필터링 업체 등 불법촬영물 유통관련자들이 이 과정을 하나의 산업 구조로 만들어 부당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유착관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웹하드 사업자들은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며 돈을 벌고, 웹하드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필터링 회사를 함께 운영하며 피해촬영물 유통을 방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장의사까지 함께 운영하거나 결탁해 본인들이 유통시킨 촬영물의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삭제해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당수익은 몇 백억에 이른다.
개인의 문제로 봤던 몰래카메라와 리벤지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가 사실은 구조적 문제 내에서 방조·확대돼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앞에서 36개 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불법촬영물 편파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2018.08.10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 기자] |
디지털 성폭력 피해와 관련, 웹하드와 디지털 장의사 등의 유착 관계 의혹은 지난해 11월 국감에서도 제기됐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성가족위원회 국감 현장에서 “제보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디지털장의사에게 영상 삭제를 요청한 이후 오히려 웹하드에 영상이 더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버 양예원씨의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사진도 웹하드를 통해 공유되며 특정 디지털 장의업체가 게시물 삭제업무를 독점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양씨 사진 삭제를 담당했던 디지털장의업체 대표 박모(36)씨는 “결탁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경찰은 박씨와 음란사이트 운영자가 서로 유착된 정황을 확인하고 박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사진을 유포한 음란 사이트 운영 조직이 통째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 조직은 각종 음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삭제해달라는 사람들을 특정 디지털 장의사에 소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이트 운영자는 이 장의사에게 광고비조로 600만원을 받고 독점 연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 대광장에서 여성단체가 모여 정부에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제공] |
아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28일 청와대 분수 대광장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 남성들의 배를 불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취급되었다”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웹하드는 국내 소재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고 폐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올라온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5시까지 20만8천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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