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문재인 케어 등 분배에 집중
전문가들 "일거리 늘리는 정책 전환 필요"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고용쇼크 및 가계소득 분배 악화로 코너에 몰린 정부는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의 페달을 더 빨리 밟겠다는 계획이다. 정공법을 택해 난관을 돌파한다는 계산이지만, 소득주도성장의 위기를 촉발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아동수당 지급, 가계 생계비 경감 등 소득주도성장 세부 방안은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혁신성장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지도 미지수다.
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계 소득을 높이고 지출 비용을 줄이며 안정망을 확충하는 게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이라며 "최근 고용과 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전국대의원대회 영상 축사에서 최근 소득주도성장 수정 및 속도 조절 목소리가 커짐에도 "우리 경제는 올바른 기조로 가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수정은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소득주도성장은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장려세제(ETIC) 확대 등을 통해 가계 명목소득을 늘려주고 교통비와 주거비 등 핵심 생계비를 경감해 가계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추가로 고용보험 및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서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소득주도성장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 세부 정책 수단이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보다는 파이를 나누는 분배 쪽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이날 거론한 아동수당 지급, 노인 기초연금 확대, 문재인 케어 확대(의료비 경감), 교통비 절감 등은 정부가 걷은 세금을 분배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 지급이 늘면 저소득층도 소득도 그만큼 증가해야 한다. 또 소득 증가→소비 확대→고용 및 투자 증가→성장이라는 소득주도성장 고리가 작동해야 한다.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정부 이전소득을 상쇄할 정도로 주 수입원인 근로소득이 줄어서다. 통계청이 내놓은 2분기 가계소득 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이전소득이 1년 동안 9만5039원(49만9631원→59만4670원) 증가할 때 근로소득은 9만7642원(61만5598원→51만7956원) 줄었다. 1분위 취업률이 전년대비 18% 감소하는 등 고용이 나빠져서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는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동월대비 12만7000개 감소했다. 또 자영업자 및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주로 포진해 있는 도소매업 취업자와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각각 3만8000명, 4만2000명 감소했다. 소득주도성장을 펴지만 일부 업종 일자리를 줄었다는 얘기다.
결국 소득주도성장 난관을 극복하려면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과감한 정책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사업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고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가 증가하려면 일거리가 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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