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조 투자 삼성, 5G 등 4대 사업에 25조 집중
삼성전자 선호도 높아지며 보안불안 화웨이 ‘흔들’
“국익 고려해야” 여론 확산, 이통3사 막판까지 고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통신업계가 내년 3월 상용화를 앞둔 5G 통신장비업체로 삼성전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향후 3년간 180조 투자를 내건 삼성전자와 5G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는 보안 문제와 ‘국익 중국 유출’ 여론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5G 통신장비 선정 절차를 진행중이다. 오는 3월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10월전까지는 장비를 선정해야 한다.
관건은 역시 화웨이다.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 등 3대 기업 장비 도입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놓고 이통3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당초 이통3사는 보안 불안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과 글로벌 점유율 1위 (28%, 2017년말 기준)로 검증된 완성도를 앞세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자사가 개발한 3.5GHz 대역 5G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급부상과 화웨이 장비 도입시 5G 상용화 실익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며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삼성전자가 28㎓ 장비 상용화에 이어 3.5㎓ 대역 장비의 원활한 공급을 자신했을때만 해도 통신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쟁사에 비해 시기가 늦었고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8일 삼성그룹이 3년간 180조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하면서 5G를 인공지능(AI)와 바이오, 전장부품 등과 함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 25조원 투자 방침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룹 차원의 투자가 확정된만큼 5G 단말기와 통신장비, 부가 서비스 등 광범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한층 더 적극적으로 달라진 게 느껴진다”며 “국내 장비라는 점과 보안 문제가 사실상 없다는 부분, 여기에 다양한 5G 사업 추진이 가능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어 남다른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화웨이 장비는 여전히 보안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소비자 우려까지 겹치며 난항을 거듭하는 중이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5G 통신장비는 국익을 우선해 중국 보안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같은 위원회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중국이 5G 생태계 구축은 더 빠를 것 같다. 정부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4G 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를 유일하게 도입한 LG유플러스는 5G에서도 사실상 도입을 확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KT와 SK텔레콤은 아무것도 결정된바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장비 도입시 이통사를 바꾸겠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KT와 SK텔레콤이 화웨이 ‘패싱’을 결정할 경우 LG유플러스의 입장도 난처해진다. 화웨이 딜레마가 5G 상용화를 앞둔 통신시장 전체를 흔드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정부가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화 시기 역시 기업들이 충분히 검증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가 3월로 못 박으면서 기업들이 서둘러 마지노선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기업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영역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