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아르헨티나 상원 의회가 9일(현지시각) 새벽 3시쯤, 임신중절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의원들이 낙태 합법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인 가운데 반(反)낙태 운동가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여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상원은 임신 14주 이내에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고, 그 결과 찬성 38표-반대 31표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지난달 하원 의회에서 간발의 차이로 통과됐다.
임신중절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가족들과 종교인들은 하늘색 반다나를 쓰고 의회 앞에 모여 국기를 흔들었다.
반(反) 임신중절 운동가 빅토리아 오스나 씨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투표 결과는 아르헨티나가 여전히 가족의 가치를 대변하는 국가인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임신중절은 성폭력 피해로 원치 않은 임신을 했거나, 산모의 건강이 위험에 처했을 때에만 합법이다.
이날 초록색 반다나를 쓴 임신중절 지지 운동가들은 표결 후에도 드럼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도시 거리 곳곳을 누비는 등 차가운 빗물과 강한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아르헨티나 의회에서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임신중절 지지자 나탈리아 캐롤 씨는 "나는 아직 긍정적이다. 오늘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내일은 통과될 것"이라며 "이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원 표결 전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범국민적 토론 자체가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자신은 임신중절에 반대하지만 법안이 상원에서 가결된다면 기꺼이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고국이기도 한데, 국민 상당수가 로마 가톨릭 교도여서 임신중절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임신중절 권리 운동은 최근 몇년 들어 여성 혐오 범죄 근절을 외치는 페미니스트 단체들의 증가로 확대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산모가 사망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단속 밖의 임신중절이다. 지지자들은 임신중절을 오히려 합법화해 정부의 시야 안에서 수술이 안전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르헨티나 보건부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불법 임신중절이 35만건에 이른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수치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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