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대주주 변경 심사 증선위 통과 이후
하이투자증권 심사 재개 여부에 이목 집중
DGB금융지주는 빠르면 이번 주 추가 서류낼 듯
7월중 시작해도 최소 3개월 걸려
수사 진행 속도·인적 쇄신 관련 당국 판단이 관건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SK증권의 대주주 변경 신청을 승인하면서 1년을 넘게 끌어온 SK증권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이에 시장 안팎에선 다음 매물인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 변경 이슈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낙관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원이 주요 안건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고,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처한 상황도 다른 만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SK증권 매각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하이투자증권의 매각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SK증권의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PEF) 전문 운용사 J&W파트너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도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지난 5월 이후 이어진 SK증권 매각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하이투자증권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올해 M&A 시장에 남은 유일한 증권사 매물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한 DGB금융지주 역시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위한 보완 서류 제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주주 변경 여부를 심사하는 금융당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는 지난해 11월 DGB금융지주가 낸 대주주 변경 신청 서류가 제출돼 있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경영권 매도자인 현대미포조선과 일찌감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심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단 금감원은 DGB금융지주의 추가 서류가 제출되고 나면 구체적인 심사 일정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감원을 거쳐 증선위, 금융위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서류가 도착하면 규정에 따라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인수자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감독기관이 먼저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답했다.
시장 관계자들 역시 DGB금융지주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서둘러 심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불법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수성구 펀드 손실금 보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졌다.
이에 DGB금융지주는 박 전 회장 후임으로 김태오 신임 회장을 선임한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선 법적 책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DGB금융지주의 대주주 적격성을 서둘러 심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선 당국이 금융권의 인·허가, 승인 과정에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 지난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은 물론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등 일련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심사를 통과한 SK증권 역시 지난해 한 차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부결된 경험이 있다. 당시 SK증권은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케이프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지분 매각 과정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금감원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SK는 ‘시정명령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수령한 후 1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는 금산분리법을 위반해 2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내년 3월까지 보유 지분을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사업 추진 일정이 뒤로 미뤄지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