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 발령, 에어컨 찾아 떠나는 폭염난민 늘어
냉방 세게 틀어달라고 요구해 지하철·카페 '난감'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펄펄 끓는 폭염이 전국을 뒤덮었다.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에어컨을 찾아 떠나는 '폭염 난민'이 늘고 있다. 이에 따른 냉방 관련 민원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22일 전국엔 폭염주의보를 넘어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이틀 넘게 35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 낮 온도가 37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부 해안과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 역시 낮 최고기온 35도 이상의 무더위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냉방이 잘 되는 곳으로 '피서'를 떠났다. 찜통더위를 피하고자 냉방이 원활한 공공장소 등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이다. 이른바 '폭염 난민'이다. 평일 아침엔 "더운 집보다 회사가 낫다"는 이유로 회사에 일찍 출근하는 '조출족'(早出族)도 나타나고 있다. 모두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낳은 기현상이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2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무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노인들. 2018.07.22. sunjay@newspim.com |
기현상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인 '폭염 피서지'인 카페는 폭염 난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료 주문은 하지 않은 채 더위만 식힐 겸 앉아 있는 손님들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니저 A씨(39)는 "음료 주문을 요청하면 일행이 안 왔다며 버티는 분들이 있다"며 "복층인 카페를 왔다 갔다 하며 일일이 이야기하는 게 더 힘들어 그냥 둔다"고 말했다.
냉방을 강하게 해달라는 민원도 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을 비롯해 중앙냉방시스템을 이용하는 곳에는 최근 들어 냉방 관련 민원이 속출한다. 서울 모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유모(26)씨는 "더워죽겠는데 학교 측은 실내적정온도만 유지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도서관의 실내적정온도는 27도였다. 해당 학교 냉방 관리자는 "춥다고 요구하는 민원도 그만큼 많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루 이용객 600만 명이 넘는 지하철의 냉방 문제는 매해 반복되는 '연례 행사'다. 2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지하철 민원은 약 26만 건이었고, 이 중에서 약 70%가 냉난방 관련 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냉방 민원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4년 약냉방칸이 마련됐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약냉방칸의 의미를 모르는 시민들이 "약냉방칸이 너무 덥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탓이다. 실제로 지하철 호선마다, 지역마다 약냉방칸의 위치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안내방송 역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시민들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불볕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환자 발생이 우려된다"며 "볕이 강한 낮 시간대 장시간의 야외 활동은 자제하고 통풍이 잘되는 옷차림과 잦은 수분섭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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