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령RNA 분해 늦추는 혼합 꼬리 발견
기초과학연 김빛내리 단장, 사이언스 논문 발표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전령RNA(Messenger RNA·mRNA)는 DNA에 보관된 유전 정보를 단백질로 전달한다. 국내 연구진이 모든 생명 활동의 핵심 물질인 이 RNA의 ‘혼합 꼬리’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 유전자 치료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전령RNA의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를 발견, 전령RNA의 생애와 유전자 조절에 관한 새로운 이해의 틀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결과(논문명 ‘Mixed tailing by TENT4A and TENT4B shields mRNA from rapid deadenylation’)는 세계 최고 권위지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이날 게재됐다.
[그림] 전령 RNA 혼합 꼬리의 아데닌 꼬리 제거 과정 방해 모식도 : 성숙한 전령RNA는 긴 아데닌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꼬리는 전령RNA의 분해를 막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도움을 준다. 긴 아데닌 꼬리가 탈아데닐화 효소에 의해 짧아지면서 전령RNA의 분해가 일어나게 되는데, 전령RNA에 붙은 혼합 꼬리는 아데닌 꼬리 제거 과정을 방해한다. 그 결과, 전령RNA의 분해가 억제되어 안정성이 높아지고 결론적으로 혼합 꼬리는 전령RNA의 생존에 기여하게 된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연구진은 전령RNA의 ‘긴 아데닌(adenine) 꼬리(poly[A] tail)’ 부위에 아데닌 이외의 염기가 혼합된 ‘혼합 꼬리’가 존재함을 발견, 이 혼합 꼬리가 전령RNA의 분해를 막아 보호함으로써 유전자의 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긴 아데닌 꼬리’는 전령RNA 뒤쪽 꼬리에 존재하는 염기서열로, 전령RNA를 보호하는 역할과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왔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대용량 염기분석법인 꼬리서열 분석법을 적용, 전령RNA 말단에 아데닌 외의 다른 염기가 추가돼 혼합 꼬리가 만들어지는 변형이 일어남을 밝혔다.
특히 ‘TENT4’ 단백질이 아데닌 꼬리의 말단에 혼합 꼬리를 추가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이 혼합꼬리는 분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전령RNA를 보호하고 RNA의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령RNA의 꼬리가 순수하게 아데닌으로만 구성된다는 기존 학설을 반증, 혼합 꼬리의 생성 과정과 기능을 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빛내리 연구단장은 “혼합 꼬리에 의한 RNA 보호 메커니즘을 밝힌 이번 연구는 RNA의 혼합 꼬리의 기능을 처음 규명한 것”이라며 “RNA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교신저자 김빛내리 교수가 직접 전하는 연구 이야기
논문 교신저자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 이번 연구는 2014년 전령RNA의 꼬리에 예상치 못한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데서 시작됐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꼬리서열분석법으로 전령RNA의 꼬리를 대량 분석한 결과, 전령RNA의 뒤쪽 말단에 긴 아데닌 꼬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딘 꼬리와 구아닌(guanine) 꼬리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구아닌 꼬리는 연구단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전령RNA에 붙어있는 구아닌 꼬리가 어떻게 생성되며, 어떤 생물학적 기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그 구아닌 꼬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혼합 꼬리의 일부임이 밝혀졌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해 소개하면.
▲ RNA연구단의 2014년 연구에서 특이한 서열을 갖는 꼬리의 존재를 보고했다. 이후 개구리와 물고기의 전령RNA 꼬리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이 종들에서도 혼합 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진화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혼합 꼬리의 존재는 연구의 중요성을 더했다. 혼합 꼬리 생성을 담당하는 효소를 찾기 위해 기존 꼬리서열분석법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효소 후보군을 신속하게 좁혀 TENT4 효소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령RNA 각 꼬리에 대한 탈아데닐화 효소(deadenylase)의 생화학적 반응을 확인한 결과, 혼합 꼬리가 탈아데닐화(deadenylation)를 저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 장애요소는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 혼합 꼬리를 만드는 효소를 찾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일이었는데, TENT4에 대한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정보가 틀려 있어 TENT4의 효소활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데이터베이스가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연구의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생화학, 계통생물학, 분자생물학, 생물정보학과 통계학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실험을 담당한 임재철, 김동완 연구원과 이영석, 장혜식 연구원 등 여러 연구원의 긴밀한 협동연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 전령RNA의 긴 아데닌 꼬리는 지금까지 단순히 아데닌의 반복으로만 이뤄진 긴 꼬리라고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긴 아데닌 꼬리는 그 길이(양적인 정보)만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같은 길이의 아데닌 꼬리라고 하더라도 그 구성(질적인 정보)이 다를 수 있으며, 아데닌 이외의 염기가 혼합돼 있는 꼬리가 순수한 꼬리보다 더 느리게 분해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전령RNA 보호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복잡한 전령RNA의 생활사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 이번에 발견한 메커니즘이 생물체의 발생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혹은 잘못 조절됐을 때 어떤 질병이 발생하는지 연구해 보고 싶다. 또 혼합꼬리를 이용해 전령RNA의 안정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전령RNA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
-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 국제 학회에서 혼합 꼬리 연구 내용을 발표 했을 때, 흥미로운 연구라며 호평을 해준 청중들의 반응이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또한 연구실 동료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유익한 토론이 연구의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