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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실효성 떨어지는 노인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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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교통안전 위한 노인보호구역, 전국 1300여 개, 서울시 116곳
그러나 현실성 부족하고 부실한 관리로 실효성 떨어져
전문가들 "제도정비 통해 노인 교통사고 문제 해결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노인의 교통안전을 위해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해마다 노인보행자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노인보호구역 제도에 대한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노인보호구역은 교통약자인 노인을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노인 통행량이 많은 양로원이나 노인병원 등 시설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노인보호표지판과 노면 표시, 보행자 울타리,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하며, 차량속도는 30㎞로 제한된다.

지난해 기준 노인보호구역은 전국에 1300여 개가 지정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67곳에서 꾸준히 늘어 현재 116곳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1만252건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1만1978건에 육박했다.

노인보행자 안전이 위험수위에 도달하면서 노인보호구역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운전자 인식이 부족할뿐더러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의 한 노인종합복지관 주변 노인보호구역에는 차량이 없는 틈을 타 오히려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노인보호구역임을 알리는 글씨가 바닥에 크게 새겨져 있었고 표지판도 있었지만 운전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2~3대의 차량이 버젓이 불법주차한 광경도 포착됐다. 노인보호구역을 지나던 전 모(74)씨는 "골목은 그나마 조금 나은데 조금 큰길로 나가면 차들이 더 쌩쌩 달린다"며 "노인보호구역이지만 지나기 무서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노인보호구역의 부실한 운영과 함께 제도 자체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교통법 상 노인보호구역은 노인복지시설, 생활체육시설 등 노인이 자주 왕래하는 시설 주변에 지정될 수 있다. 병원, 보건소, 전통시장 등 실제 노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은 지정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지자체에서 모든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노인보호구역 제도의 정비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노인 교통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교통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노인보호구역은 기존 어린이보호구역을 단순히 벤치마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들은 등·하교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노인들은 하루 종일 통행이 일정하지 않다"면서 "일정 구역만 지정해 노인보호구역을 만든다고 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인위적으로 노인보호구역을 늘리기 보다는 노인의 행동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교통 시설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보행·친환경개인교통연구팀장은 "노인보호구역이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지정만 하고 관련된 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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